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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네 여행기/국내여행

설리해수욕장 (feat. 초전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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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수도권엔 물 폭탄이 쏟아졌다.
내가 사는 단지는 다행히 별 일 없었지만 인근 단지는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고, 도로에 물이 넘쳐났다. 대한민국에선 가장 값비싼 도시 강남이 물에 잠겼다니 우리 동네라고 비를 피했을까.


무서운 시간이 지나고 이제 비가 좀 그쳤나 했더니 보슬보슬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계획했던 일이었지만 시댁으로 피난을 가는 꼴이 되었다.
명절에도 시댁은 4시간이나 걸리는데 이왕 가는거 여름휴가나 보내고 오자 싶어 캠핑 장비를 다 챙겨갔다. 어느새부턴가 비싼 숙박비 대신 먹고 싶은거 먹고, 가고 싶은데 가는 게 더 만족감이 높아졌다.

이번에 선택한 장소는 남해 설리해수욕장이다.
눈치 없는 남편이 계획을 발설하고 집이 편하고 좋다더니, 더 눈치없는 비니가 떼를 부리는 바람에 캠핑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당일 해수욕하고 다시 시댁으로 돌아가는 계획이 되버렸다.

'니들은 놀기만 하니 어디를 가나 아무 상관없겠지만, 난 아니다 이것들아. 여자로 태어난것도 서러운데 니들은 눈치도 없어야겠냐'

기분이 영 꽝이었는데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은 너무 예뻐서 금새 기분이 돌아왔다.
해수욕 전에 스카이 워크에 들렀다.
주차장이 협소해서 늦게 갔으면 클 날뻔.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


절경이다!!!!
날씨가 더 맑았다면 사진이 더 예뻤겠지만,
충분히 더웠으니까 이 정도도 좋다.
그네는 11시부터 운영한대서 아쉬웠다ㅠ
베이커리 카페도 있어서 뷰를 즐기며 커피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해수욕장에 사람많아 차댈 곳도 없을까봐 서두르느라 못갔다.


줄 서 있던 포토존.
넘들은 액자처럼 잘 찍드만 사진을 못찍어서 안타까웠다. 뒤에서 빨리 찍으라고 하도 뭐라해서 맘만 급해가지고 엉망진창ㅋㅋㅋ


차타고 2분 거리인 설리해수욕장 도착.
생각했던 것보다 아담했고, 사람이 없었고, 주차장이 넓었다. 커피 마시고 올껄ㅋㅋㅋ


설리해수욕장은 텐트를 못치게 되어 있었다.
사전조사부족ㅋㅋㅋ
저런 썬베드와 평상이 있었는데 자리잡고 있으면 사람이 온다.

반나절3시간 2만원, 하루 3만원이고 주차료는 무료이다. 샤워시설도 있고 대인 2천원, 소인 1천원으로 깨끗한데 저렴하다. 바닥에서 취사도 가능하다. 취수대도 있고 분리수거 하는 곳도 잘되어 있어서 쾌적하기 이를데 없었다.
절대 쓰레기 남기고 가지 않기!!!!!

근처에 세븐일레븐도 있어서 사람들이 거기서 끼니를 때우는지 점심시간쯤 되니 물건이 동났다.

우린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고 카약에 합류했다.
사진을 못찍어 너무 아쉽다ㅠㅜ
카약은 인당 35000원이고 3인까지 탑승가능하다.
사도까지 패들로 저어가서 (20분쯤 걸린듯;;) 사도에서 스노클링을 한다. 노 젓다 체력이  다 된 남편은 물 속에 10분 떠있다가 못하겠다고 나왔다ㅋㅋ 돌만 있어서 인지 물이 더 맑아서 물고기도 많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짧아 아쉬웠다. 사도는 모래가 아니라 조개껍데기로 되있어 부드러운 촉감은 아니지만 잘아서 서해처럼 아프지도 않았다.

돌아가는 길은 다시 패들링을 해야는데 못하겠더라. 팔뚝이 나달나달..
제트스키에 끌고 가달라고 애원함ㅋㅋㅋ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제트스키 한 대에 4개 카약을 묶고 가다가 결국 우리배가 뒤집혔다.

이 사건으로 수영 못하는 남편은 다리에 쥐나고 모자를 잃어버리고, 비니는 스노클장비를 분실하고 놀라서 덜덜 떨었다. 구명조끼를 다 입고 있긴 했는데 너무 급작스러워서 놀랬다부다.

제트스키가 다른 보트들을 묶고 있어서 떠내려가는 패들을 직접 가져다가 다시 카약에 싣고, 카약 위로 올라가려니 체력이 다 되어 힘들었다. 설리 해수욕장으로 돌아오자마자 비니가 품에 안겨 울었다. 죽는 줄 알았다고. 남편은 서운해 했다. 비니만 구해주고 자기 구하러는 안왔다고. 둘이 물에 빠지면 누구먼저 구할지가 명백해졌다며ㅋ
남편이 수영을 못하는 걸 잊어버리고 비니만 챙기긴 했다. 뒤집힌 카약이 머리 위에 있어서 위험했고, 구명조끼를 했지만 물 위로 금방 올라오지 않아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남편한테는 물에 빠지면 누워서 개구리수영 하라고 레슨까지 했는데도 쥐가 났다니 물을 진짜 무서워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던지 한 번 물에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비니가 먼저 집에 가자고 했다. 저녁까지 놀거라 짐을 있는대로 부려놨는데 정리만 한 시간이 걸렸다. 이대로 집에 가는 게 아쉬워 원래 야영하기로 했던 장소에 가보기로 했다.


초전 몽돌 해수욕장.
여긴 바닥이 모두 돌이다.
맞은편에 바로 초전야영장이 있어서 야영장에 짐을 두고 해수욕장서 놀다가 밥먹고 다시 들어가고, 씻고 자고 다 한 자리서 해결할 수 있다.
주차공간이 협소한게 흠이라 초보는 엄두도 못내겠지만 담엔 꼭 여기도 와보고 싶다.


시부모님 밭에 가보니 우리한테 맡긴다던 일을 다 해버리셨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한 두번 손을 보태긴 했는데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담날까지 욱신욱신하던데 ㅠ

집에 가는 길에 하주옥에서 육전과 냉면 한 사발을 했다ㅋㅋㅋ 3-40분 대기하긴 했지만 맛있어서 봐준다ㅋㅋㅋ

저녁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돌아오는 길에 애먹었다. 집에 와선 욕도 먹고ㅋㅋㅋ
해수욕했던 옷들을 애벌 빨래를 하는데  흙 나오니까 집에 가서 하랬는데 그냥 했다가 혼나고, 바리바리 챙긴 짐보고 짐 많다고 혼나고,
농삿일 하냐고 힘든데 일 손 안 보태고 놀아서 한마디 듣고....ㅠ

역시 캠핑을 했어야한다며ㅋㅋㅋㅋ
그래도 1박 2일처럼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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