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당유원지에서 조용히 아침을 맞았다.
비가 왔고,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 때문인지 다른 차박객들은 다리 밑에 몰려있었다.이미 폭우를 겪어본 우리만 덩그러니 공터 복판에 있었는데 오히려 한가롭고 좋았다. 생각보다 비가 쏟아지진 않아 비교적 편안하게 자고 일어났다. 다만, 빛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날씨는 습하고 더워졌다.
밀양이 돼지국밥이 유명하다기에 그걸 아침으로 먹어볼까하다 역시 코로나가 걱정돼 식당 갈 생각을 접었다. 가져온 김치에 참치 한 캔 투하해 김치찌개를 아침으로 끓여먹고 나왔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려고 배가 찢어지도록 먹게됐다. 사진 한 장 남길걸 머릿 속에만 저장되있다.
금시당유원지는 관리자들이 아침부터 쓰레기를 정리하고 줍고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쪽은 종량제 봉투를 발견하시고는 돌아섰다. 다른 캠핑족들도 티끌없이 즐기다 가면 좋겠다. 그래야 이런 캠핑도 오래하지.
강은 밤새 온 비로 물이 탁해졌을 법도 한데 여전히 깨끗해서 놀라웠다. 하지만 군데군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강가에 있어 아쉬웠다. 손이 되는대로 건져왔지만 이걸로는 턱도 없다. 작은 쓰레기도 허투루 남기지 말고 가져가시길. 심지어 아이들 사탕포장지까지도.

더 더워지기 전에 이동하자 싶어 서둘러 텐트를 접고 나왔다. 마지막 날이라 밀양의 전경을 즐기고 싶어 드라이브겸 밀양댐으로 향했다.
블로거들의 팁으로 단장면 고례리 산388-9를 찍고가니 입구 바로 앞에 도착했다. 덕을 많이 봤다. 비가 올 듯 하면서 해가 가끔 나오기도 해서 전망대를 가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던 듯. 비니가 짜증이 났다. 덥고 습한데 그런데는 뭣하러 가냐고. 초2다운 언행이다.
설득하다 빌다 결국엔 화를 내고 말았다. 다 필요없다고 그냥 집에 가자고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았다. 남편이 말린다. 이건 너무하다고. 가기로 했던 표충사는 가자고. 뭐가 이뻐 애가 좋다는델 이 기분으로 가냐고 했더니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데 어찌 돌아서지 않을수가 있나.
표충사로 가기 전 기분 전환도 할겸 근처 카페를 들렀다. 카페평리
남편이 밀양얼음골 얘기를 꺼내기 전엔 밀양은 소설 속 지명, 영화속 이미지였다. 안개가 자욱한, 특유의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미스터리한 곳. 남편은 소풍으로 자주 왔는데 한 번 같이 가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영남의 알프스라는 밀양은 웅장한 산들이 둘러싸 감탄이 나오는 곳이었고, 심장을 뛰게 한 곳이었다.
이동하면서 보니 근사한 외관을 한, 큰 규모의 카페들이 듬성듬성 있었는데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안심이 되기도 힐링이 되기도 했다. 자연만 있었음 오히려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카페평리는 내부공간만큼 외부공간도 커서 코로나 걱정도 안됐다. 더위 걱정은 됐지만ㅋ
커피는 나름 맛있었는데 설익은 스콘은 추천할 것은 못되었다. 분위기와 커피에 마음이 녹아 결국 표충사 아이마음 놀이터로 향했다.



여긴 밀양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30억을 들여 만들었다던데 집 가까이에도 이런곳이 있음 싶었다. 집 근처는 오래된 신도시에 걸맞게 구닥다리 놀이시설만 가득하고 구에 건의도 했지만 씨알도 안먹히고 새 미끄럼틀만 들어섰을 뿐이다. 이곳은 평일엔 그냥 이용이 가능하지만 주말은 예약제로 운영한단다. 한 번밖에 안와본 내 생각인데 이런 한여름엔 주말에도 사람이 없지 싶다. 타죽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노는 곳엔 그늘 하나 없고 군데군데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몇 개 없어서 쉬기도 힘들지 싶다. 봄, 가을은 진짜 환상적인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줄 듯 하다.
놀이터에서 아래쪽으로 가보면 표충사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화장실 맞은편이라 옷 갈아입히기도 수월해보였는데 우린 샤워텐트를 따로 마련한지라 차앞에서 갈아입히고 이동했다.
날씨가 우중충했어도 많이 더웠던지 물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좋다고 누워서 논다. 물도 깨끗했다. 스노클링장비로 입수도 했던 비니가 물고기가 많다며 좋아했다. 깊은 곳은 어른 허벅지 정도이다. 따라 들어가지 못한게 아쉽지만 올라갈 길이 걱정돼 시간을 넉넉히 쓸 수가 없었다.
비니가 물밖으로 나오자마자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시작 구령이라도 되듯 밀양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풍경과 석양을 보며 다음에 혼자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강을 따라 펜션들이 밀집해 있었지만 나에게 밀양은 조용히 느긋이 즐기는 곳으로 남았다.
우리가족의 첫 2박3일 비박이 끝났다. 어릴 때 아빠와 다니던 캠핑과는 많이 달랐고, 난 여러번 감정조절을 실패했고, 여행은 우연이 만들어내는 산물이라지만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 여행으로 내게 부족한 것, 가족 구성원의 장단점을 다시금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왜그리 싸웠는가를 밖에서 알게됐다.
캠핑이 익숙치 않은 이들을 자주 끌고 나와야겠다. 스스로 얼마나 호위호식했는지,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극복하는 과정이 쌓이길 바란다.
'비니네 여행기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산청, 카페제라늄 (0) | 2022.02.03 |
---|---|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0) | 2022.02.03 |
[D+2]비박 2일차-경주 (0) | 2021.08.11 |
[D+1]비박 1일차-영덕 (0) | 2021.08.11 |
[6th day] 일주일간 대한민국 반바퀴 (0) | 202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