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서점을 운영하면서 주문을 받아 1학년 수록도서, 권장도서를 구입하게 되었다. 주문을 한 손님이 책을 구매해 가지 않았고, 출간년도가 오래된 책도 있어 반품이 어려워 집에 두었다.
덕분에 국어책에 짤막하게 수록된 이야기의 뒤가 궁금했던 비니가 꺼내어 읽으며 꽤 많은 독서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겨울방학엔 2-1학기 수록도서를 읽혀야겠다 생각해 책을 구비했다.
책 중에는 아직도 이런 책을...싶은 것도 있고, 이 책 괜찮네 싶은 책도 있었는데 '아드님, 진지드세요.'는 찰떡이다. 미디어 노출도 빠르고, 언어도 빠른 요즘 아이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쓰임을 모르고 쓰는 말이다. 비속어는 물론이고, 미디어 특히 유튜브는 권장연령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지라 어른에게 사용하면 안되는 언어들도 쉽게 접하고 속뜻을 모른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아이들도 좋아하는 로블록스 유튜버들이나 흔한남매 같은건 그래서 인기가 달갑지 않다.
비니도 요즘 언어 사용 때문에 아빠와 늘 전쟁이다. 요즘 아이들과의 접점이나 노출이 많은 나는 어느정도 면역이 생겼는데 아빤 그렇지 않으니 단어 하나하나에도 민감하다.
이 책은 그런 아이와 부모의 입장차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듯 하여 학년과 상관없이 읽혀보면 좋을 것 같다.
표현이 거친 범수와 그런 범수가 안타까운 가족들은 범수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기 시작한다.
"너나 잘해라! 남은 상관하지 말고." 대꾸하는 범수 모습에 찔리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다. 친구들끼리 있을 때에도 반말을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범수를 우러러보는 것 같아 우쭐해진다는 대목도 공감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학교 앞 놀이터에서 자주 보는 광경이라ㅋㅋㅋㅋ말을 하는 친구들은 알까. 혼잣말도 아니고, 선생님께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한 반말이 주는 미묘한 기분을?😂
아드님께 높임말을 못 가르쳤다고 아드님께 앞으로는 꼬박꼬박 높임말을 쓰겠다는 엄마와 할머니의 재치덕에 이 집은 그래도 악쓰며 싸우지는 않는구나싶다. 오히려 범수를 완전히 왕자처럼 대해준다. 내가 대접받고 싶으면 남에게 대접해주라는 말을 실천하는 가족이다.
사람많은 마트에서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아이는 반말하고, 엄마는 높임말을 하는게 어색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꾸지람에 범수는 불편함을 느낀다. 태권도장에 가서도 범수에게 존대를 하는 엄마를 두고 친구들이 엄마를 하녀라고 놀린다.

범수는 속이 상해서 이제부터 본인에게 반말을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럼 약속하세요. 이제부터 누구에게나 높임말을 잘쓰겠다고요. 그럼 저도 아드님께 다시 편하게 말할게요."
이 일을 계기로 범수는 학교에서도 존댓말을 쓰게 되고, 선생님께도 말이 예뻐졌다고 칭찬을 받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따뜻한 높임말 같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말에도 온도가 있으니까 친구 사이에도 따뜻한 말을 해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1년 1쇄 출간된 책인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것보니 예나 지금이나 이 맘때 아이들이 가진 문제점은 같은가보다. 어른들이 염려하는 미디어의 때이른 노출이 아니더라도.
2016년에 출간된 언어의 온도가 새삼 떠오르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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