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건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중 한 권이었다.
김영하 작가가 아내와 함께 차린 출판사인 복복서가에서 출판한 개정판은 좀 손봤다는데 읽던 책들을 마저 읽고 다시 한 번 읽어볼까싶다.
어느 팟 캐스트에서 멕시코 이민사를 얘기하며 검은꽃을 언급해서 읽게 됐다.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출근하는독자들 이었던 것 같고, 이후에 #북오브파이 팟 캐스트를 통해 #검은꽃 을 다시 접하게 되니 이건 운명인가싶어 책을 읽었다는 실없는 얘기~
알쓸신잡을 통해 김영하라는 작가를 알게 됐고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의 책인 줄도 그때 알았다는ㅋㅋㅋ) 종종 유툽으로 강의를 듣는데 가치관이 왤케 맘에 들어?
우연히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기와 함께 온 엄마들이 더러 있어 아기우는 소리가 강의 중에 들렸지. 그 상황을 불쾌하게 생각했을 참석자도 있었을텐데 작가가 그러더라구. 돌아보지말고 신경도 쓰지말라고. 아이의 울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고. 울면 우나보다~ 하고 우린 강의를 진행하면 된다고. 슬하에 자녀가 없는 데도 이해도가 이리 깊은데 인간성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나.
여튼....책 얘기로 돌아와서...
검은 꽃은 작가가 1년을 계획하고, 유가타에서 3년을 공을 들여 쓴 소설이라고 한다. 뭔가 작가의 결심같은 게 느껴진다. 그는 결심을 안했을지는 몰라도 이 책을 쓰고 자부심은 느끼지 않았을까. 책에 정성이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죽은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한말, 힘 없는 나라, 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희망을 싣고 일포드호를 타고 멕시코로 떠났지만 다신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멕시코에 정착하거나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얼마 전, 독립운동가 표창을 멕시코 한인 2세에게 전달했다던 뉴스를 봤는데 그땐 신기하다~ 했던 뉴스가 책을 읽고나니 되게 깊고 무겁게 와 닿더라.
개항 이후 제물포의 역변, 황성신문의 광고, 일포드호, 에네켄, 과테말라 띠깔
이름과 돈을 갖고 돌아와 땅을 사고 거기에 벼를 심겠다던 김이정, 조선인을 멕시코 에네켄에 팔아넘긴 존 마이어스, 변절한 박광수 바오로 신부, 배고픈 고귀한 피 이종도, 노루피 냄새가 나는 이연수, 제물포 도둑이자 에네켄의 독한 관리인이 된 최선길, 역관 집안의 막내아들 권용준, 퇴역군인 조장윤
실제역사에 기반한 소설이라 몰입도가 높았다.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내가 저 정보를 얻었더라면, 또는 얻지 못했더라면...하는 식의 가정을 해보기도 하고, 멕시코로 노동이민을 가게 된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그래서 멕시코 이주민으로 남게 되었나하며 이해를 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퇴역군인 조장윤은 미주대한국민회의 메리다 지방회를 이끌게 된다. 그는 미화 300만 달러에 넘어가 마야 원주민의 혁명군으로 조선의 젊은이들을 몰아넣었다. 물론 출발은 그도 함께 했고 띠깔에 도착한 날, 조장윤은 그곳에 나라를 세우자고 한다. 신대한으로 국호를 정하고 미국처럼 대통령을 뽑자고. 일본, 미국, 조선에 알려 나라가 살아있음을 선포하자고.
" 이곳은 자유다. 독립된 나라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발해가 따로 있느냐. 이곳이 바로 발해지"
국사책에서 일제시대에 대항한 독립군들의 이름을 왜 그렇게 많이 봐왔는지, 단체이름과 국호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주권을 빼앗긴 국민은 어디든 소속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장윤은 부대를 사지로 몰아넣고, 정작 본인은 메리다로 돌아와 한인들의 지도자로 산다. 친일파가 민족의 지도자로 숨어들 듯.
정부군에 패하여 이정은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미국으로 전진하지도 못한 채 전장에서 끝을 맞이한다.
'이들이 잠시나마 이 밀림에서 벌인 일들을 공식적으로 기록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이정은 생각했다.'
'전라도 위도생 28세 박광수'
그러나 그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역사속으로 사라져 간 이들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어쩐지 내 인생을 찾아서 기억하고 기록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이래서 자서전들을 쓰는건가...개인에겐 자서전이지만 모아 놓으면 그것은 역사의 흔적이므로.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 앞으로 돌아와보니 이 문구가 다시 읽혔다.

4월 16일이라 그런가. 갑자기 세월호가 생각나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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