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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내가 쓰는 리뷰

[책리뷰]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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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저자: 서천석
출판사: 창비

구로구 책축제에서 주제가 흥미있어 강연을 들은적이 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인상깊게 들었는데 그때 들으면서 '내 아이에게 괴물의 시기가 오더라도 인정하고 사랑해줘야지'했는데 막상 그 시기가 되니 니미뽕이다. 그게 벌써 반년도 더 됐다.

일단,  이 책에선 책의 컨텐츠나 역할보다 아이가 책을 읽을 때의 반응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흥미를 잃을까 최대한 빨리 읽으려던 내 과거의 경험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1장
연령별 발달 과제와 그림책 읽기

나도 인정하는 국민그림책 '달님 안녕'은 수도 없이 읽었는데 우리 경빈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구름뒤에 달이 숨었다고 무섭다거나 울거나하지 않았다. 그 페이지를 열었다 덮었다를 반복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실이 숨어있었다-혀를 이용한 까꿍놀이. 세상에...상상도 못해봤다. 헌데 여느 아이들처럼 내 아이도 울거나 무서워하는 반응을 보일거라고 제멋대로 예측하다니!

유아에게 그림책은 놀이도구다.  특히, 만2세는 텍스트 읽는데 급급하지 말고 그림의 색,  구성,  형태에 의미를 전달해야한단다.  아까한 얘기와 지금 듣고 있는 얘길 연결하지 못한단다. 그러므로 그림책은 정서적인 안정감,  사회적 규칙,  기본인성을 확립하고  인지적으로는 다양한 사물을 직접 경험하면서 사물의 연관성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읽어야 한단다. 이 시기에는 한 두가지 장면에만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염두해두고!

아이가 돌 즈음에 '사과가 쿵'을 매우 좋아했는데 난 그 '쿵'소리에 힘을 실어 책을 읽었고,  먹는 소리를 실감나게 표현하려고 애썼고 사과가 제 한몸을 희생해 모든 동물에게 이득을 준다는 교훈을 가르치려했다. 이 그림책이 두더지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과를 먹다가 다른 동물들이 아래를 먹어서 내려올 수 없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묻고싶다.  경빈아,  너는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니?

서문을 읽으면서 몹시 찔렸던 부분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 순간이 부모가 아이에게 집중하는 극히 드문시간이라는 문장이다. 
민망하다.  나보고 하는 얘긴가 :(

내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순간,  경빈이도 스스로를 주인공이라 느꼈을까. '아기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에서의 아기오리처럼? 이 책 처럼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늘 자기를 주인공이라 생각한단다. 그래서 화면 곳곳에 숨어있어 있는 오리를 자신처럼 여겨 즐거워한단다.  아숩게도 우리 경빈인 이 책은 한번 보고 다시 열어보진 않더라.  원색의 또렷한 색감이 아니라서인가. 이 책은 자연스럽게 수놀이를 할 수도 있단다.  아기오리 형제들,  물고기들,  병아리들을 세어가며.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엄마를 중심으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며 모험을 즐긴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조금씩만 변해야 안심하고 자기 세계를 넓혀갈 수 있다. 아이가 엄마를 통해 세상은 안전하고 자기는 보호받을 것이라는 도식이 생겨야 모험을 한다. 모험을 피하는 아이들은 이게 흔들리는 아이다. '우리끼리 가자'는 특히 흑백 그림책인데 내 생각과 달리 경빈인 흑백 그림책도 좋아한다. '먹구름과 친구가 된 개구리'를 좋아했듯.

경빈이는 한번도 읽지 못했지만 저자가 소개한 책이 있다면 가브리엘 뱅상의 그림책이다. 각각 5세, 7세 추천이라고 써놓은 비오는 날의 소풍, 곰 인형의 행복이다. 이렇게 넓은 마음으로아이를 받아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단다.  사랑보다는 요구가,  수용보다는 지시가 많은 요즘 육아를 봐도 그렇단다. 가브리엘의 그림책은 그저 여기 사랑하는 부모가 있고,  행복한 아이가 있다고 보여줄 뿐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경빈이는 나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혈질적이고 기분대로 행동하는 엄마임을 나도 아는데ㅠㅜ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며 자신을 키우는데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가 꼭 그런 책이란다. 아...오늘도 이백번은 울렸는데...이 아이 내가 늙음 나를 울릴까ㅜ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아이를 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자신의 보잘것없는 작은 움직임을 보아 주는 시선,  자신의 어설픈 행동을 보며 웃어주는 마음을 보며 자신감이 생긴단다. 자신감이 생긴 아이일수록 부모를 관찰하고 배우고 따라해서 더 강해지고 싶어한단다. 부모가 없으면 고양이라도,  고양이가 없으면 미디어에서라도 아이들은 누군가를 찾는다. 그 누군가가 부모일 때 아이도 부모도 더 행복할 수 있다는데....에휴.  또 미안한맘.

아이와 마찬가지로 어른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할 수 있어야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중요한 말이다. 부정적인 말과 행동은 이제그만.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자.  아이가 한 번은 제대로 망가져야 비로소 아이를 인정하는 잘못은 하지말자.

'내 토끼 어딨어?'는 '저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소중하게 다뤄주세요~'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단다. 존재의 불안. 아이가 이대로 무시받으면 살아남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부모에게만큼은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아이는 안심한단다. 보기드문 현대적 그림책의 한 전형이라는 부분에서도 이 책은 잇템이다.

울 경빈이는,  혹은 나는 지금 괴물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나를 위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꼭 읽어야겠다. 괴물을 억압할때 위기에 빠진다는데 나는 표현하고 있고,  그럼 내 아이는? 저보다 더 괴물인 나로인해 억압당하고 있을까. 아이가 괴물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괴물의 시기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고,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서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이기만 해서는 곤란하다는데 난 이시기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현영이 말한 미친 네살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면 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을까. 우리 경빈이도 비록 너를 야단치지만,  너를 사랑하고 너의 편이라는 걸 느끼고는 있을까


그림책을 보고난 후 책을 읽는 것하고 책을 읽고 그림책을 보는 건 확실히 다름.  나름의 이해로 책을 볼 수도 있고,  다시 보면 비교가 가능

P152 행복해지려는 것,  삶을 즐기는 것 역시 오랫동안 익혀야 할 습관이고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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