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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내가 쓰는 리뷰

[책리뷰3]피프티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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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7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고, 이 책은 세 번째다. 주당 2권은 읽어줘야 하는데 세 번째 주에 세 번째 책이라니 목표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2016년 출간된 정세랑 작가의 책이고, 올해 10만부 판매 기념으로 전면 개정해서 재출간된 책이다.

'화제'라는 단어로 다 표현 못할 만큼 '붐'이었던 보건교사 안은영. 이 책을 나도 읽어 보려고 했으나 정말 읽히지 않아 드라마도 시도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실패했다. 그래서 결론내렸다. 난 정세랑 작가는 아니구나.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누군가 이제 막 반납해 북트럭에 올려져 있던 책을 집어 왔다. 집에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생각없이 몇 장을 읽었을 때 빠지겠구나...싶었다. 잘 읽혔다.

난 이미 다 읽고 난 후에 작가의 글을 봐서 소용없었지만, 시작을 하는 분이라면 춤추는 인물들을 찾으면서 보는 재미도 있겠다. 제목에서 보듯, 피프티 피플은 50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실은 51명이란다;; 어쨌든 50명 개개인이 다른 삶과 직업을 가졌는데 그걸 세세히 묘사한 것도 그렇고, 이 인물들의 개연성도 그렇고 책도 책이지만 작가가 대단해보여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겪어보지 않고도 이 50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점도 놀라웠다. 관찰력이 좋은 작가라 그런가...정세랑 작가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50명이 들어 앉아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술술 읽히는데다 이 사람 저 사람 들여다 볼 수 있는게 흥미로워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간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사회 생활을 하던, 학부모로 학교 생활을 하던, 이웃이나 친구가 되던, 나도 나지만 이렇게 기분 좋게 건조한 사람을 못봤다. 부정력이 강한 나는 이런 사람이 되긴 쉽지 않겠지만 이런 사람을 하나라도 알면 부자된 기분이겠다싶다. 어디없나...나랑 친구해줘요. 그게 어떻게 되는건지 알고 싶어요.


불만이 많은 아이라고 쓸데가 없는 것만도 아니겠다. 그 불만을 다 같이 잘사는데 쓰면 돌이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불만이 많긴 해도 심지가 굳은 아이로 키우자고 느닷없이 육아를 고민했다.

마지막 챕터는 등장인물들이 영화관 어느 자리엔가  각자 앉아있다가 건물 화재로 탈출을 하면서 다시 엮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 모르면서도 아는 관계, 알면서도 모르는 관계이지만 여섯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했던가...어찌됐건 유기적인 관계들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마침내 불구덩이를 벗어나고, 건물이 허물어진 빈자리를 보며 같은 감정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이다.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이 써 있다.

어디에 계시거나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 속에 계시길 바랍니다.


아이와 외출 후 집에 오는 길에 폭설이 내렸다. 길이 미끄러워 아이가 내 쪽으로 휘청했다. 아이와 내 사이를 지나가려던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야!"라고 위협하며 지나쳐갔다.

이 아이가 성난 아주머니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아이 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인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저리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아이는 나중에 이 일의 부당함을 어떻게 풀게될까 곰곰히 생각했다. 우리는 알든 모르든 모두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백화점, 세월호, 다리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사람이면 좋겠다.

집었으니 읽자고 달려드는 책이 있는가하면, 뺏길까봐 아껴 읽고 빨리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괜찮은 책이 집에 들어오면 손님이 와서는 귀신같이 꼭 빌려달라고 하고 돌려주는 것을 잊는다. 선물했다 치긴 해도 뺏긴 것 같은 그 기분이 별로라 맘에 드는 책은 빨리 읽어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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