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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내가 쓰는 리뷰

[책리뷰]아이가 처음 방문을 잠근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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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 최희숙

 

얇고 가벼워서 말그대로 어떻게 썼나볼까 궁금해서 집어든 책. 독서테라피, 독서처방전이 유행이라 비슷한 부류의 책과 강연을 많이 봤는데 작가 본인의 경험과 진심을 담은 책이라서인지 기록의 욕심이 났음.

자녀와 갈등을 겪으며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고 본인에게 도움이 됐던 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격하게 도움이 됐음.

책에서 처음 이거다 했던 구절은...
"아이는 건드리는만큼 망가진다" 라는 말을 인용한 부분.
아직 아무것도 안했지만,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말아야겠다고 재다짐을 하게 됐다.

 
영재발굴단에서 들은 얘기도 기억난다. 평범한 아이도 영재로 봐주면 영재가 된다는ㅋ

이 책은 부모로써 공감갔던 얘기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는《내게 없는 것을 주려 하니 거칠어졌다》라는 챕터다. 꼭 내 얘기 같아서.
나를 알아차리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데 난 내가 힘들어도 잘 인지하지 못해서 몸에 탈이 나고 나서야 '내가 힘든가?'하고 추측하는 그런 부류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는데 과연 마음이 참 중요한 것이다. 나도 스스로 깨달아보도록 연습해야지.

작가는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있지 않았다. 주변에서 나도 많이 본다. 본인은 책이 싫다면서 비싼전집을 들여 아이가 안본다고 원망하는 부모. 사람들이 조금 더 책을 읽어준다면 아집에 갇혀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도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관점에서 작가도 말한다.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알면 불안하지 않을 텐데 안타깝다고. 이기심의 이면에는 불안감이 있는거라고.

작가는 아이와 갈등이 깊었다고 했다. 그 갈등 속에서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그 원동력이 다름아닌 '불안'이었다. 때문에 공부를 잘하지만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늘 날서있었고 모든 사람을 경쟁자로 느꼈고 편히 잘 수도 없었다. 모든 감정은 분노로 표현되었다. 걱정, 불안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 부분을 읽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만약 공부를 하게 된다면 그 원동력은 스스로를 위해서고, 그 에너지는 긍정적으로 발휘됐으면 싶다는.

요즘 내 고민은 진로다. 최근에 인생을 멀리보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지만 그게 잘 안된다. 큰 꿈을 갖고 유학도 갔고 석사까지 공부했지만 사회생활은 고작 5년이 전부라 경력단절 기간이 훨씬 더 길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고 나의 보물인 건 확실하지만, 난 인생을 잃어버린 기분이고 이 나이에 다시 사회에 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하다. 아이를 맡길데도, 도움을 구할데도 없어 혼자 안고있는게 억울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난 끝이구나. 그렇지만 그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누가 '아줌마!' 하고 부르면 니가 나 아줌마 되는데 뭐하나 해주기라도 했냐고 윽박지르고 싶은 맘이 든다.

이런 와중에 작가의 말은 위로는 안될지라도 객관화는 되는것 같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로 오늘을 살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염려로 오늘을 산다고. 그래서 현재를 온전히 사는 것이 어렵고, 과거나 미래가 현재를 조종하게 방치한다고. 나의 경우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현재를 함부로 생각하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 저자는 아이들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요즘 엄마들이 들음 좋은 말 중 하나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해 느낀 부분이다.

요즘 만나는 아이들 중엔 자기결정권이 결핍된 애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여기왜왔어? 뭐하러 왔는지 아는사람! 하고 물으면 대부분이 "엄마가 시켜서요" 라고 한다. 엄마가 시켰지만 그 결정은 스스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의 자존감은 세워주고 싶지만, 선택권을 주지않는 부모. 부모가 아이보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착각에서 오는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해왔고, 그 고민을 녹여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놓여있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겠지만 어디선가 이 저자도 나와 같이 씨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동지의식마저든다. 나만 보고 있으면 나만 보인다. 멀리보자. 내 문제를 가끔은 티끌같이 여길 필요도 있고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필요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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