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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2016년의 그림책'>
* 주의: 스크롤 압박이 상당합니다.
올해도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제 나름으로 2016년의 그림책을 뽑아 봤습니다. 이제 4년 째 뽑다 보니 왠지 안 하면 허전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림책을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좋은 그림책’이라고 말할 때 좋다고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을 이야기해 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작년에는 팟캐스트 '아이와 나'에서 그림책 평론가인 김지은 선생님과 각각의 베스트 그림책을 열 권 뽑았는데 단 한 권만 일치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자기에게 그림책이 어떤 의미이고, 아름다움이 어떤 의미인가에 따라 존재하게 되는 것인데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기준을 절대시하지는 마십시오. 그럴 분도 안 계시겠지만요.
그림책의 독자는 과거처럼 아이들에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젠 그림책을 자신의 책으로 여기며 즐겨 보는 어른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종류의 그림책의 애독자이고 그런 그림책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선정하는 ‘올해의 그림책’은 그림책의 전통적인 독자층인 유아와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제 직업 때문이에요. 제가 그림책을 처음 접한 이유가 이 연령대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처음 그림책을 접했을 때 즐겁고 좋았어야 오래 오래 그림책의 독자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좋은 그림책 선정 기준이 있겠지만 저만은 전통적 그림책 독자들이 좋아할 그림책을 꾸준히 골라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 부모들이 그런 기준을 원하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즐겁게 반응하고, 반복하여 읽고 싶어 하며, 읽은 후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을 좋게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선정 기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재미 또는 감정의 울림이 있어야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책. 뭐 다 그럴 것입니다. 그 기준에서 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봤어요. 한 해에도 수많은 책이 나오고, 부모들 입장에서는 적절한 선정 기준이 없잖아요. 저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그림책을 추천하면 부모들이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6년 올해의 그림책
<비밀이야> (박현주, 이야기꽃)
그 외의 올해의 그림책
<할머니 엄마> (이지은, 웅진주니어)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창비)
<꽃에서 나온 코끼리> (황K, 책읽는곰)
<꽁꽁꽁> (윤정주, 책읽는곰)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라 페냐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생쥐우체부의 여행> (마리안느 뒤뷔크/임나무 옮김/고래뱃속)
<누에콩의 침대> (나카야 미와/유문조 옮김/웅진주니어)
<말라깽이 챔피언> (레미 쿠르종/권지현 옮김/씨드북)
<똥산아, 내게 보물을 줘>
(앙드레 풀랭 글, 이자벨 말랑팡 그림/이정주 옮김/씨드북)
한 권씩 소개를 할게요.
1. <비밀이야> (박현주, 이야기꽃)
‘올해의 그림책’을 한창 고민하던 중 이 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을 2016년 ‘올해의 그림책’으로 골랐습니다. 박현주 작가는 첫 책도 인상적이었어요. <나 때문에>라는 가슴 뭉클한 책이죠. 부모의 피로한 생활과 그로 인한 갈등, 그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죠. 이 책은 아이들이 느끼는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잘 그려져 있지만 이야기 얼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요.
제 생각에 아이들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그저 공감만 받아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상상 속에서라도 잠시 벗어나거나 전복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죠. 어른이나 조금 큰 아이들은 공감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데 어린 아이들은 공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슬픈 감정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마음이 여리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읽다 보면 부모들의 가슴이 먼저 저릿해지는데 아이들은 답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 때문에>는 아이보다 부모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강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면 <비밀이야>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구조입니다. 책의 주인공인 남매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입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둘이 집을 지키죠. 누나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동생은 TV를 봅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엄마가 귀찮아하니 언감생심이에요.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의 제약은 너무 많지만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이 제한을 가볍게 뛰어넘고, 갖고 놉니다. 한계가 존재하기에 한계를 뛰어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아이들 특유의 놀이 방식이죠.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많고, 능력이 부족하고, 결정권은없습니다. 그런 한계는 아이들을 좌절하게 하지만, 아이들은 좌절 속에 머물지 않죠. 좌절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을 통해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이것이 아이들 특유의 생명력입니다.
박현주 작가의 <비밀이야>에서 남매는 작은 골방에서 마음껏 상상을 합니다. 이 상상은 재미나고 기발한 그림으로 멋지게 표현됩니다.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귀여워요. 남매는 싸우다 화해하고, 함께 상상을 이어나가며 외로움과 지루함, 초라하고 무력한 현실을 넘어섭니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달라지지 않은 걸까요? 저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상상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달라지니까요.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 힘을 얻고, 서로를 믿으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져갑니다. 상상하지 못했다면 더 쪼그라들었겠지요. 물론 그 믿음이나 기대, 힘은 실은 아주 작은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것도 아이들에겐 절실합니다. 작은 것이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전부이고, 그를 통해 적잖은 아이들이 한발 더 나아가니까요.
최근 2-3년 사이에 우리 그림책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겪는 현실의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요즘의 아이들이 놓인 공간을 배경으로, 요즘 아이들의 앓고있는 고민을 주제로 다루죠. 특히 그림책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 그림책 말고는 좋은 친구가 없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좋아요. 그 친구들이 이런 그림책을 만나서 책이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느끼길 기대해 봅니다.
#5세부터_초등_저학년. #바쁜_부모와_그_속에서_소외된_아이들의_일상_그리고_꿈. #남매간의_우애. #우리는_무엇을_꿈꿀_수_있을까
2016년에 나온 그림책 중 제가 첫 손가락에 꼽은 책은 <비밀이야>입니다. 작년에는 김상근 작가의 <두더지의 고민>이었고 재작년에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선녀님>이었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우리 작가의 책에 손을 들어주게 되네요. 아무래도 마음이 그리로 끌리나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머지 9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의 그림책을 열 권을 뽑다 보니 우리 창작그림책이 다섯 권, 외국의 그림책을 번역한 작품이 다섯 권이었습니다. 먼저 우리 그림책부터 소개합니다.
2. <할머니 엄마> (이지은, 웅진주니어)
외국의 그림책도 할머니를 그리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할머니는 외국 그림책에서 만나는 조부모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가끔 와서 봐주거나, 찾아가서 만나 뵈는 분이 아니라 나를 직접적으로 돌보는 주된 양육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할머니의 양육이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노인이 되어서까지 돌봄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의 여성/노동 현실은 미화의 대상으로 삼기는 곤란합니다. 부모의 노동력까지 끌어들여야 맞벌이 육아가 가능한 현재의 상황은 반드시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적잖은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주고, 감싸주는 분이죠. 물론 그 관계가 다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건강이 안 좋은 조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반응을 보여주기 쉽지 않고 마음과 달리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할머니들도 분화가 많이 되어 뭐든지 사랑으로 감싸주는 전통적인 할머니가 전부는 아닙니다. 부모보다 더 이론으로 무장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현대적인’ 할머니도 많습니다. 이지은 작가가 그려낸 할머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할머니 상에 가깝습니다.
그림책은 시작부터 짠하게 출발합니다. 아이는 운동회만큼은 엄마와 가고 싶었는데 엄마는 가지 못하니까요. 할머니와 함께 운동회를 가게 된 아이는 울지만 할머니는 허풍을 떨며 아이를 위로합니다. 그 허풍은 결국 다 사실과 다름이 드러나고 말지만... 그림책에서 할머니는 상상의 세계로 아이를 끌고 가고 유머와 재치도 대단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도 주고, 돌려도 주고, 밀고 당기는 모습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바탕에는 결국 할머니의 사랑이 있고, 넓은 이해가 있고, 실은 내가 끌고 갈 수 있고 끌고 가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 사랑은 아이에 대한 사랑만은 아니고, 자기 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와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자신의 생활을 그린 책입니다. 이런 책은 그간 많지 않았어요. 책을 읽어가며 아이들은 안정감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할머니와 자라는 아이들이 쉽게 갖는 허전함과 불안함을 잘 달래줍니다. 누구나 사는 조건은 다르지만 네가 사랑받는다는 것은 똑같다고 이 책은 말해주지요. 요즘은 할머니와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도 많아졌어요. 특별히 그 아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맨날 엄마만 나오는 책은 할머니가 읽어주면 책 읽어주고 나서도 분위기가 편치가 않거든요.
이지은 작가의 그림은 여러 책에서 봤지만 스스로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린 책은 이 책이 두 번째입니다. 첫 책 <종이 아빠>는 조금 과장된 면이 걸렸는데 이 책은 딱 적당합니다. 앞으로도 유머와 상상, 당대성과 따뜻함이 잘 녹아있는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그림은 실은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과장된 스타일인데 이 책에는 무척 잘 어울려요. 색연필과 수채물감, 연필로 그려낸 그림의 느낌도 산뜻하고 아이들이 편하게 받아들여요.
#4세_7세 #조부모가_주양육자인_아동
3.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창비)
안녕달은 작년에 <수박 수영장>이란 첫 작품으로 바로 인기 작가가 되었죠. 색연필로 그려낸 그림은 섬세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한 번에 눈을 사로잡는 색감이에요. 마치 실물 수박을 보는 듯한 느낌에 다들 놀랐었죠. 심상한 느낌으로 그려낸 그림인데 그 안에는 이미 엄청난 상상이 담겨 있어 독자들은 “뭐야 이거” 하며 당황하게 됩니다. 자신은 전혀 웃지 않으면서 배꼽 빠지는 이야기를 하는 코미디언을 보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코믹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의 책은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저는 너무 잔잔하기만 하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그의 책은 참 훌륭합니다.
여름의 작가답게 이번에도 여름 책이에요. <수박 수영장>에서는 수박의 살이 환상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비취색 바다가 참 아름다워요. 하늘도 모래도. 이렇게 바다를 그려낸 그림은 본 적이 없어요. 색감이 독창적이고 새로운데, 나이가 들어 감각은 무뎌져 뭐든 아스라히 보이지만 기억만은 켜켜히 쌓인 할머니라면 바다색이 이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무릎을 치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 나이에 감응하는 아름다움이 달라질 뿐이겠지요.
이 그림책의 할머니는 건강이 안 좋아서 휴가도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입니다. 오래된 선풍기는 고장이 나서 바람도 약하고, 집은 더워서 바람 한 점 불지 않지만 몸이 불편해 밖으로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아이가 준 소라가 바다로 향하는 작은 출구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주면 참 좋아하는 점이 자신같이 어린 아이가 할머니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더라고요. 물론 현실의 아이가 준 소라로는 아무 것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이야기하실 거예요. 네가 준 것으로 할머니는 이미 충분하다고. 사랑만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사랑을 이야기해야겠죠.
어쩌면 이 책은 휴가를 떠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직접 바다를 볼 수는 없지만, 직접 물속에 뛰어들고, 모래 장난을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상상하고 꿈을 꾸어봅니다. 언제나 그랬지요.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는 비밀의 통로를 만들어 바다에 가고, 하늘을 나는 친구를 만나 밤마다 바다로 떠나곤 하죠. 어쩌면 그 바다가 더 아름답기도 해요. 언젠가는 바다에 갈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는 책이 바다의 역할을 대신하게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5세_초등저학년
4. <꽃에서 나온 코끼리> (황K/책읽는곰)
이런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물론 만화풍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입니다. 등장인물 소년의 머리 스타일이나 옷, 가방만 봐도 뭔가 다르다 싶어요. 요즘 아이, 아니 보통의 요즘 아이라기 보다는 패션감각이 앞서가는 아이의 모습이지요. 이런 책도 저는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은 이런 모습의 주인공을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림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쉽게 그린 듯 보이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작은 코끼리의 코가 바람개비를 잡아당기는 장면, 소년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코끼리의 자세, 필통에 들어가서 노는 작은 코끼리의 모습까지 보면 볼수록 귀엽습니다. 그리고 꽃의 수술이 알고 보면 코끼리의 상아였다는 발상은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꽃에서 코끼리가 나와서 아이와 놀다가 꽃으로 돌아가는 것. 이런 그림책을 본 아이들은 앞으로 꽃을 봐도 가볍게 보지 않겠지요. 저 안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싶어서 더 열심히 볼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에 친숙하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을 자연으로 이끌어 주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이젠 옛날 풍경에, 옛날 스타일의 그림, 그리고 옛 이야기보다는 이런 풍의 책이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운 것을 사랑하고 보호하려 애를 씁니다. 병아리를 열심히 키우고, 작은 동물들을 사랑하죠. 그림책에선 아이들이 생각할 때 가장 큰 동물일 코끼리를 오히려 작게 만들었어요. 이런 전복은 재미를 주기도 하고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면도 있습니다.
그림책의 소년은 코끼리와 즐겁게 시간을 보냅니다. 마실 것을 주고 함께 놀아주죠. 코끼리가 다칠까봐 정성들여 보살핍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질 텐데도 코끼리부터 생각합니다. 참 착하고 귀한 마음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도 그처럼 보호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길. 오토바이는 아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부릉 달려오고, 아이는 어른도 없는 들판을 혼자 걷고 있어요. 자기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고 아이는 느끼는데, 그 외로움 속에서 꼬마 코끼리를 만난 거지요. 그리고 그 코끼리를 돌보며 아이들은 스스로를 돌보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하지요. 이런 당대적인 고민을,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낸 책. 이런 책이 작가의 첫 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2015년에 나온 <아기 꽃이 펑!>이란 아기그림책이 한 권 있긴 합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5세_초등저학년
5. <꽁꽁꽁> (윤정주, 책읽는곰)
무엇보다 재미난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있죠. 일단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나오니 여기에서부터 반응하게 되죠. 게다가 그림도 귀엽고, 큼지막하게 그린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재치가 가득해요. 요구르트 5형제는 물론 투덜대며 파를 타고 올라갔다 신나게 다이빙하는 딸기 캐릭터에 아이들 신나합니다.
아이들은 냉장고 안의 음식이 다 생명을 갖고 움직이면서 소동을 벌인다는 발상이 일단 재미납니다. 자기처럼 작은 것들이 생명력을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거든요. 게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아이들 특유의 사고 방식을 이야기 얼개로 삼아 아이들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끌어낸 점도 좋습니다. 구성에서의 완급조절도 적당한데요. 목이 말라 아빠가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여는 장면을 넣어 그 순간 음식들이 동작을 멈추도록 하니 긴장감을 갖게 되었어요. 이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재치 있는 구성. 좋습니다.
물론 이 그림책이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모든 사건이 아빠가 술을 마시고 왔기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렇다보니 훈훈한 결말이 술 마시는 아빠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싶은 분도 있겠지요. 아빠의 음주 문제로 괴로웠던 분이라면 그러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이유로 술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아빠들은 이 책을 좋아합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빠가 비록 늦게 들어오지만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가득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일단 결말에 멋진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생기니 아빠의 행동을 좋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이스크림 정도는 잊지 않고 사올 정도의 정성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고요. 현실에선 음식물이 움직여서 기적을 만드는 법이 없고 그 시간에 엄마는 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더 늦기 전에 생각해봐야 합니다. 마법은 상상에서 일어날 뿐 현실의 마법은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몸으로 해내는 것이니까요.
#4세_6세
6.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라 페냐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5년 해외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림책이죠. 상도 여러 개 받고요. 우리나라에는 올해 출간이 되었습니다. 해외 작품 중에 연대와 나눔에 대한 책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나눔이 왜 필요한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쿨하고 멋진 할머니가 당연한 듯 행동하는 실천으로 보여줄 뿐이죠.
삶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흔하게 존재하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죠. 이 책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같이 나누지 못한다면 이 책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예요. 이런 이야기 아이들도 잘 하고 좋아합니다. 다만 운은 부모가 띄워줘야 해요. (책에는 비룡소에서 정성껏 만들어 넣은 독후활동지가 있어요. 독후활동지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정성껏 잘 만들어서 좋아요. 다만 아쉽게도 아름다움에 대한 부분이 없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CJ라는 아이지만 더 중요한 인물은 할머니에요. 이 할머니는 과거의 그림책에서 그려졌던 할머니와는 차이가 큽니다. 올해의 그림책으로 제가 뽑은 우리나라의 그림책들에 나온 할머니와도 많이 다르죠. 오히려 지금의 우리 엄마들이 되고 싶은, 그렇게 늙고 싶은 할머니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림은 요즘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인 크리스티안 로빈슨이 그렸습니다. 기본 도형을 활용하여 그린 그의 그림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지면서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낸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크레파스와 사인펜으로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터치를 하고, 콜라주를 사용하여 입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등 공을 들인 그림이죠. 이 작가의 책이 올해 많이 나왔어요. <레오, 나의 유령친구>, <저 할 말 있어요> <야호! 비다>. 이 작품 모두 좋습니다. 젊은 흑인 작가이기에 그의 그림책의 주인공 아이들도 흑인입니다. 그런데 과거 흑인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그는 흑인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 부여를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그러기에 소중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그의 책에 다 녹아있습니다.
#6세_초등저학년
7. <생쥐우체부의 여행> (마리안느 뒤뷔크/임나무 옮김/고래뱃속)
마리안느 뒤뷔크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그림책을 보면 그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고민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도 금세 알죠. 그의 그림책에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여러 숨은 요소들을 찾아냅니다. 그의 그림책은 얼핏 볼 때 느껴지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정교하게 숨겨진 유머와 정보가 그림 속에 가득하고 이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런데 이런 요소가 그의 팬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일단 그림이 척 봐도 귀엽습니다. 친근하게 다가오죠.
줄거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생쥐 우체부가 여러 동물들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이야기에요. 동물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는데 그 집마다 그려진 디테일들이 이 그림책의 재미입니다. 반복하면서 변주하는 방식이죠. 물론 마지막에 작지만 한 방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읽으면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에요. 아이와 작정하고 이 책에 숨겨진 온갖 장치를 한 번 다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 두고 볼 책입니다.
#4세_7세
8. <누에콩의 침대> (나카야 미와/유문조 옮김/웅진주니어)
영리한 작가 나카야 미와의 누에콩 시리즈의 첫 책이 이제 출간이 되었어요. 실은 웅진의 전집류로는 예전부터 볼 수 있었는데 단행본 독자들은 이제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까만 크레파스, 도토리 마을 시리즈를 지은 나카야 미와는 누에콩 시리즈에서도 역시 재미와 교훈을 따뜻하게 섞어 훈훈한 책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나카야 미와의 많은 그림책 중에서 이 책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야기 구조가 단순해 보여도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긴장의 완급 조절이 절묘해 아이들이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에요. 아주 짧지만 일종의 성장 이야기에요.
누에콩 캐릭터는 물론 귀엽고, 다른 콩들도 귀여워요. 그림의 디테일이 정말 쓰러질 지경입니다. 아이들은 역시 콩에게 감정이입을 잘하죠. 자기처럼 작고 올망졸망한 존재니까요. 이야기 속에서 누에콩은 메추라기를 만나요. 메추라기는 새 중에는 작은 새죠. 하지만 누에콩에게는 엄청나게 커요. 이런 부분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할 얘기가 많은 재미난 부분이에요. 폭신한 누에콩의 집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이고요. 아이들은 그 속에서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지는 느낌을 받는데, 그 집을 결국 더 어린 새에게 양보하지요.
벌써 출간한 지 20년이 된 그림책이지만 아직도 다른 그림책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멋진 장면이 있어요. 누에콩이 친구들에게 양보를 안 했음에도,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친구들에게 다가오자 친구들은 흔쾌히 받아들여요. “너 전에 내 부탁 안 들어줬잖아.” 따지지 않아요. 그냥 아무 말 없이 같이 놀죠. 그래서 다시 하나가 되요. 이런 관용적인 자세는 아이들에게서 쉽게 발견하는 모습이지만, 일부 아이들에게는 없기에 꼭 보여줘야 하는 자세기도 하죠. 잘못을 뉘우치면 받아들여야 빨리 함께 놀 수 있고, 빨리 함께 놀아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3세_6세
9. <말라깽이 챔피언> (레미 쿠르종/권지현 옮김/씨드북)
낯선 나라로 이민을 온 말라깽이 여자아이. 모두에게, 심지어는 가족에게도 무시 받은 아이가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전을 합니다. 권투를 시작하죠. 그리고 가족은 뭉쳐서 아이를 응원해요.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은 더 멋집니다. 아이는 막상 권투 경기에서 이겼지만 그만두고 피아노를 쳐요. 이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더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남의 시선과 편견을 진짜로 벗어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책입니다. 몇 가지 색만 사용했지만 과감하게 배색을 하고 힘이 넘치게 그림을 그려서 책은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에요. 아이들과 젠더 문제, 편견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입니다.
#7세_초등저학년
10. <똥산아, 내게 보물을 줘>
(앙드레 풀랭 글, 이자벨 말랑팡 그림/이정주 옮김/씨드북)
조금은 무거운 이 책. 아이들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많이 고민했어요.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남미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사는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남매의 생존은 쓰레기 더미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줍느냐에 달려있죠. 하지만 쓸 만한 것을 주워도 다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깡패들이 아이들이 주운 것 중 많은 것을 빼앗으니까요.
책에는 소년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금팔찌를 깡패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입에 숨겨 가지고 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어주면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반응하곤 하죠. “주운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왜 얘는 숨겨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하는 말이고, 그것런 반응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골라 봤어요. 물론 이 책을 누군가는 지구촌의 힘든 아이들을 위해 연대하는 것보다 ‘저렇게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너는 복 받은 줄 알아.’하고 다그치는 용도로 쓸 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또 그의 몫이겠죠.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고, 이 나라에도 다양한 조건에서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배우는 지식이란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겠죠. 제 경험으로는 배움이 자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 때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더군요. 물론 그것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의 전부는 아니에요. 이 책에는 우애가 있고, 기지가 있고, 용기가 있고, 더 나아지려는 희망이 있어요. 목탄을 이용하여 그려낸 그림은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립니다. 어두워 보이는 곳에서도 우리는 밝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은 그 밝음이 더 빛나는 밝음이죠.
#7세_초등저학년
종합해 보면 당대성을 갖고 있는 책이 우리 그림책에서 많이 늘었습니다. 그림의 표현도 더 다양해지고요. 창의성도 대담해졌어요. 재미있는 점은 우리 그림책 다섯 권을 꼽았는데 그 중에 작가의 첫 번째 책이 두 권이 있고 두 번째 낸 책이 세 권이에요. 즉, 젊은 작가의 작품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신인 작가를 좋아하는 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분명 우리 그림책의 미래가 밝은 것도 분명합니다. 무서운 신인의 시대예요.
그리고 할머니가 주요 등장인물인 책이 무려 세 권이네요. 엄마보다 많아졌어요. 평균 수명의 증가로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늘고, 맞벌이로 할머니가 돌보는 아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는 면이 있겠죠. 그런데 제 느낌엔 할머니와 이어진 유년기 추억을 갖고 있는 작가가 늘어난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할머니가 나오는 책은 아마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선정한 책 외에도 올해의 좋은 책은 많았습니다. 열 권에 뽑지는 않았지만, 그 열 권만큼이나 제가 좋게 본 책을 써보겠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허은미 글, 이명애 그림/풀빛)
: 이제 우리에게 맞는 크리스마스 그림책이 생겼어요.
게다가 구성도 크리스마스 책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서 온 초대장> (이은지/한솔수북)
: 이 책이 왜 널리 안 알려졌는지 모르겠어요.
재미있고 함께 같이 놀기도 좋은 구성이에요.
저는 주인공이 여자아이인 것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엄마 몸에 딱 달라붙는 요술테이프>
(박은경 글, 김효주 그림/고래이야기)
: 엄마와의 분리가 어려운 아이,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엄마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 시리즈로 나오는데 이것이 가장 좋네요.
<제비나비 훨훨 도룡뇽이 꼬물꼬물> (이태수/한솔수북)
: 세밀화 그림책의 총정리 하이라이트, 한 권씩 사면 좋습니다.
그냥 아름다움 그 자체고요. 소장가치 좋습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문학동네어린이)
: 대상 연령대가 애매해서 10권에 선정 안 했지만
올해 가장 화제작인 그림책이죠.
정말 열심히 만든 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읽으면 더 눈물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상한 엄마> (백희나/책읽는곰)
: 장수탕선녀님처럼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여 편집해낸 그림책.
작가가 만들어낸 인형들의 표정과 디테일은
정말 대단합니다. 다만 이상한 엄마인 선녀님에
대해서 아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네요.
그리고 호호가 주인공인지,
아니면 엄마가 주인공인지 흔들리는 부분이
아이들의 감정 몰입을 조금 방해하고요.
물론 백 작가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서
이런 비판도 가능한 것입니다.
<웃음꽃> (하마다 게이코/고향옥 옮김/미세기)
: 자신이 약해 보일까봐 걱정하는 아이를 위한 책.
자기 감정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장 좋은 표정이지요.
읽다 보면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나눌 말이 많습니다.
<뽀뽀는 무슨 색일까?> (로시오 보니야/신유나 옮김/옐로스톤)
: 새로운 색채 그림책. 색채를 설명하는 소재들이 참신해서
이제 색깔 그림책은 이 책을 권할만 해요.
마무리는 제 느낌에는 좀 식상한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저승사자와 고 녀석들> (미야니시 다쓰야/김숙 옮김/북뱅크)
: <고녀석 맛있겠다>의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
미야니시 다쓰야는 뭐 역시 미야니시 다쓰야죠.
친구 관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나옵니다.
아이들의 감성을 조금 더 부드럽게 키워주는 책이죠.
<집으로 가는 길> (미야코시 아키코, 권남희 옮김/비룡소)
: 그림으로 본다면 올해 본 책 중에 저는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코시 아키코의 책을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환상적인 책입니다.
<늑대할머니> (에드 영/여을환 옮김/길벗어린이)
: 그림이 무엇보다 아름다워요. 그리고 해와 달과 오누이,
또는 빨간 모자 이야기 같으면서도 변형되었는데
(실제 중국민담은 이렇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지혜로 늑대를 이겨내는 이야기 구조가 좋습니다.
<One> (캐드린 오토시/이향순 옮김/북뱅크)
: 색깔, 숫자, 그리고 인성. 한 번에 다 다루는 책. 아이들에게
따돌림의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좋습니다. 단순함의 미학을
노렸는데 너무 단순해서 흥미가 약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올해 나온 책은 아니지만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한 박규빈 작가의 <왜 띄어 써야 돼?>도 좋았습니다. 좋은 책이 많았던 2016년. 이 멋진 책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주의: 스크롤 압박이 상당합니다.
올해도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제 나름으로 2016년의 그림책을 뽑아 봤습니다. 이제 4년 째 뽑다 보니 왠지 안 하면 허전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림책을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좋은 그림책’이라고 말할 때 좋다고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을 이야기해 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작년에는 팟캐스트 '아이와 나'에서 그림책 평론가인 김지은 선생님과 각각의 베스트 그림책을 열 권 뽑았는데 단 한 권만 일치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자기에게 그림책이 어떤 의미이고, 아름다움이 어떤 의미인가에 따라 존재하게 되는 것인데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 기준을 절대시하지는 마십시오. 그럴 분도 안 계시겠지만요.
그림책의 독자는 과거처럼 아이들에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젠 그림책을 자신의 책으로 여기며 즐겨 보는 어른 독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런 종류의 그림책의 애독자이고 그런 그림책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선정하는 ‘올해의 그림책’은 그림책의 전통적인 독자층인 유아와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제 직업 때문이에요. 제가 그림책을 처음 접한 이유가 이 연령대의 아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처음 그림책을 접했을 때 즐겁고 좋았어야 오래 오래 그림책의 독자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좋은 그림책 선정 기준이 있겠지만 저만은 전통적 그림책 독자들이 좋아할 그림책을 꾸준히 골라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만나는 아이들, 부모들이 그런 기준을 원하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즐겁게 반응하고, 반복하여 읽고 싶어 하며, 읽은 후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을 좋게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선정 기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재미 또는 감정의 울림이 있어야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주는 책. 뭐 다 그럴 것입니다. 그 기준에서 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봤어요. 한 해에도 수많은 책이 나오고, 부모들 입장에서는 적절한 선정 기준이 없잖아요. 저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그림책을 추천하면 부모들이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16년 올해의 그림책
<비밀이야> (박현주, 이야기꽃)
그 외의 올해의 그림책
<할머니 엄마> (이지은, 웅진주니어)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창비)
<꽃에서 나온 코끼리> (황K, 책읽는곰)
<꽁꽁꽁> (윤정주, 책읽는곰)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라 페냐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생쥐우체부의 여행> (마리안느 뒤뷔크/임나무 옮김/고래뱃속)
<누에콩의 침대> (나카야 미와/유문조 옮김/웅진주니어)
<말라깽이 챔피언> (레미 쿠르종/권지현 옮김/씨드북)
<똥산아, 내게 보물을 줘>
(앙드레 풀랭 글, 이자벨 말랑팡 그림/이정주 옮김/씨드북)
한 권씩 소개를 할게요.
1. <비밀이야> (박현주, 이야기꽃)
‘올해의 그림책’을 한창 고민하던 중 이 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을 2016년 ‘올해의 그림책’으로 골랐습니다. 박현주 작가는 첫 책도 인상적이었어요. <나 때문에>라는 가슴 뭉클한 책이죠. 부모의 피로한 생활과 그로 인한 갈등, 그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죠. 이 책은 아이들이 느끼는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잘 그려져 있지만 이야기 얼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요.
제 생각에 아이들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그저 공감만 받아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상상 속에서라도 잠시 벗어나거나 전복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죠. 어른이나 조금 큰 아이들은 공감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데 어린 아이들은 공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슬픈 감정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마음이 여리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읽다 보면 부모들의 가슴이 먼저 저릿해지는데 아이들은 답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 때문에>는 아이보다 부모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강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면 <비밀이야>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구조입니다. 책의 주인공인 남매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입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둘이 집을 지키죠. 누나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동생은 TV를 봅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지만 엄마가 귀찮아하니 언감생심이에요.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의 제약은 너무 많지만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이 제한을 가볍게 뛰어넘고, 갖고 놉니다. 한계가 존재하기에 한계를 뛰어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아이들 특유의 놀이 방식이죠.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많고, 능력이 부족하고, 결정권은없습니다. 그런 한계는 아이들을 좌절하게 하지만, 아이들은 좌절 속에 머물지 않죠. 좌절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을 통해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이것이 아이들 특유의 생명력입니다.
박현주 작가의 <비밀이야>에서 남매는 작은 골방에서 마음껏 상상을 합니다. 이 상상은 재미나고 기발한 그림으로 멋지게 표현됩니다. 그림은 유머러스하고 귀여워요. 남매는 싸우다 화해하고, 함께 상상을 이어나가며 외로움과 지루함, 초라하고 무력한 현실을 넘어섭니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달라지지 않은 걸까요? 저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상상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가 달라지니까요.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 힘을 얻고, 서로를 믿으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져갑니다. 상상하지 못했다면 더 쪼그라들었겠지요. 물론 그 믿음이나 기대, 힘은 실은 아주 작은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것도 아이들에겐 절실합니다. 작은 것이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전부이고, 그를 통해 적잖은 아이들이 한발 더 나아가니까요.
최근 2-3년 사이에 우리 그림책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겪는 현실의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요즘의 아이들이 놓인 공간을 배경으로, 요즘 아이들의 앓고있는 고민을 주제로 다루죠. 특히 그림책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 그림책 말고는 좋은 친구가 없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좋아요. 그 친구들이 이런 그림책을 만나서 책이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느끼길 기대해 봅니다.
#5세부터_초등_저학년. #바쁜_부모와_그_속에서_소외된_아이들의_일상_그리고_꿈. #남매간의_우애. #우리는_무엇을_꿈꿀_수_있을까
2016년에 나온 그림책 중 제가 첫 손가락에 꼽은 책은 <비밀이야>입니다. 작년에는 김상근 작가의 <두더지의 고민>이었고 재작년에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선녀님>이었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우리 작가의 책에 손을 들어주게 되네요. 아무래도 마음이 그리로 끌리나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머지 9권을 소개하겠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의 그림책을 열 권을 뽑다 보니 우리 창작그림책이 다섯 권, 외국의 그림책을 번역한 작품이 다섯 권이었습니다. 먼저 우리 그림책부터 소개합니다.
2. <할머니 엄마> (이지은, 웅진주니어)
외국의 그림책도 할머니를 그리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할머니는 외국 그림책에서 만나는 조부모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가끔 와서 봐주거나, 찾아가서 만나 뵈는 분이 아니라 나를 직접적으로 돌보는 주된 양육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할머니의 양육이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노인이 되어서까지 돌봄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의 여성/노동 현실은 미화의 대상으로 삼기는 곤란합니다. 부모의 노동력까지 끌어들여야 맞벌이 육아가 가능한 현재의 상황은 반드시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의 적잖은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일상적으로 만나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주고, 감싸주는 분이죠. 물론 그 관계가 다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건강이 안 좋은 조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반응을 보여주기 쉽지 않고 마음과 달리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할머니들도 분화가 많이 되어 뭐든지 사랑으로 감싸주는 전통적인 할머니가 전부는 아닙니다. 부모보다 더 이론으로 무장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현대적인’ 할머니도 많습니다. 이지은 작가가 그려낸 할머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할머니 상에 가깝습니다.
그림책은 시작부터 짠하게 출발합니다. 아이는 운동회만큼은 엄마와 가고 싶었는데 엄마는 가지 못하니까요. 할머니와 함께 운동회를 가게 된 아이는 울지만 할머니는 허풍을 떨며 아이를 위로합니다. 그 허풍은 결국 다 사실과 다름이 드러나고 말지만... 그림책에서 할머니는 상상의 세계로 아이를 끌고 가고 유머와 재치도 대단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도 주고, 돌려도 주고, 밀고 당기는 모습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는 바탕에는 결국 할머니의 사랑이 있고, 넓은 이해가 있고, 실은 내가 끌고 갈 수 있고 끌고 가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그 사랑은 아이에 대한 사랑만은 아니고, 자기 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와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자신의 생활을 그린 책입니다. 이런 책은 그간 많지 않았어요. 책을 읽어가며 아이들은 안정감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할머니와 자라는 아이들이 쉽게 갖는 허전함과 불안함을 잘 달래줍니다. 누구나 사는 조건은 다르지만 네가 사랑받는다는 것은 똑같다고 이 책은 말해주지요. 요즘은 할머니와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도 많아졌어요. 특별히 그 아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맨날 엄마만 나오는 책은 할머니가 읽어주면 책 읽어주고 나서도 분위기가 편치가 않거든요.
이지은 작가의 그림은 여러 책에서 봤지만 스스로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린 책은 이 책이 두 번째입니다. 첫 책 <종이 아빠>는 조금 과장된 면이 걸렸는데 이 책은 딱 적당합니다. 앞으로도 유머와 상상, 당대성과 따뜻함이 잘 녹아있는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그림은 실은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과장된 스타일인데 이 책에는 무척 잘 어울려요. 색연필과 수채물감, 연필로 그려낸 그림의 느낌도 산뜻하고 아이들이 편하게 받아들여요.
#4세_7세 #조부모가_주양육자인_아동
3.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창비)
안녕달은 작년에 <수박 수영장>이란 첫 작품으로 바로 인기 작가가 되었죠. 색연필로 그려낸 그림은 섬세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한 번에 눈을 사로잡는 색감이에요. 마치 실물 수박을 보는 듯한 느낌에 다들 놀랐었죠. 심상한 느낌으로 그려낸 그림인데 그 안에는 이미 엄청난 상상이 담겨 있어 독자들은 “뭐야 이거” 하며 당황하게 됩니다. 자신은 전혀 웃지 않으면서 배꼽 빠지는 이야기를 하는 코미디언을 보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코믹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의 책은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저는 너무 잔잔하기만 하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그의 책은 참 훌륭합니다.
여름의 작가답게 이번에도 여름 책이에요. <수박 수영장>에서는 수박의 살이 환상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번 작품은 비취색 바다가 참 아름다워요. 하늘도 모래도. 이렇게 바다를 그려낸 그림은 본 적이 없어요. 색감이 독창적이고 새로운데, 나이가 들어 감각은 무뎌져 뭐든 아스라히 보이지만 기억만은 켜켜히 쌓인 할머니라면 바다색이 이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무릎을 치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 나이에 감응하는 아름다움이 달라질 뿐이겠지요.
이 그림책의 할머니는 건강이 안 좋아서 휴가도 떠나지 못하는 할머니입니다. 오래된 선풍기는 고장이 나서 바람도 약하고, 집은 더워서 바람 한 점 불지 않지만 몸이 불편해 밖으로 다니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아이가 준 소라가 바다로 향하는 작은 출구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주면 참 좋아하는 점이 자신같이 어린 아이가 할머니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더라고요. 물론 현실의 아이가 준 소라로는 아무 것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이야기하실 거예요. 네가 준 것으로 할머니는 이미 충분하다고. 사랑만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사랑을 이야기해야겠죠.
어쩌면 이 책은 휴가를 떠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직접 바다를 볼 수는 없지만, 직접 물속에 뛰어들고, 모래 장난을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상상하고 꿈을 꾸어봅니다. 언제나 그랬지요. 아이들은 상상 속에서는 비밀의 통로를 만들어 바다에 가고, 하늘을 나는 친구를 만나 밤마다 바다로 떠나곤 하죠. 어쩌면 그 바다가 더 아름답기도 해요. 언젠가는 바다에 갈 수 있겠지요. 그때까지는 책이 바다의 역할을 대신하게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5세_초등저학년
4. <꽃에서 나온 코끼리> (황K/책읽는곰)
이런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물론 만화풍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입니다. 등장인물 소년의 머리 스타일이나 옷, 가방만 봐도 뭔가 다르다 싶어요. 요즘 아이, 아니 보통의 요즘 아이라기 보다는 패션감각이 앞서가는 아이의 모습이지요. 이런 책도 저는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은 이런 모습의 주인공을 좋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림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쉽게 그린 듯 보이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작은 코끼리의 코가 바람개비를 잡아당기는 장면, 소년에게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코끼리의 자세, 필통에 들어가서 노는 작은 코끼리의 모습까지 보면 볼수록 귀엽습니다. 그리고 꽃의 수술이 알고 보면 코끼리의 상아였다는 발상은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꽃에서 코끼리가 나와서 아이와 놀다가 꽃으로 돌아가는 것. 이런 그림책을 본 아이들은 앞으로 꽃을 봐도 가볍게 보지 않겠지요. 저 안에는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싶어서 더 열심히 볼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에 친숙하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을 자연으로 이끌어 주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이젠 옛날 풍경에, 옛날 스타일의 그림, 그리고 옛 이야기보다는 이런 풍의 책이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작고 귀여운 것을 사랑하고 보호하려 애를 씁니다. 병아리를 열심히 키우고, 작은 동물들을 사랑하죠. 그림책에선 아이들이 생각할 때 가장 큰 동물일 코끼리를 오히려 작게 만들었어요. 이런 전복은 재미를 주기도 하고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면도 있습니다.
그림책의 소년은 코끼리와 즐겁게 시간을 보냅니다. 마실 것을 주고 함께 놀아주죠. 코끼리가 다칠까봐 정성들여 보살핍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질 텐데도 코끼리부터 생각합니다. 참 착하고 귀한 마음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도 그처럼 보호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길. 오토바이는 아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부릉 달려오고, 아이는 어른도 없는 들판을 혼자 걷고 있어요. 자기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고 아이는 느끼는데, 그 외로움 속에서 꼬마 코끼리를 만난 거지요. 그리고 그 코끼리를 돌보며 아이들은 스스로를 돌보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하지요. 이런 당대적인 고민을,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낸 책. 이런 책이 작가의 첫 책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2015년에 나온 <아기 꽃이 펑!>이란 아기그림책이 한 권 있긴 합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5세_초등저학년
5. <꽁꽁꽁> (윤정주, 책읽는곰)
무엇보다 재미난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있죠. 일단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나오니 여기에서부터 반응하게 되죠. 게다가 그림도 귀엽고, 큼지막하게 그린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재치가 가득해요. 요구르트 5형제는 물론 투덜대며 파를 타고 올라갔다 신나게 다이빙하는 딸기 캐릭터에 아이들 신나합니다.
아이들은 냉장고 안의 음식이 다 생명을 갖고 움직이면서 소동을 벌인다는 발상이 일단 재미납니다. 자기처럼 작은 것들이 생명력을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거든요. 게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아이들 특유의 사고 방식을 이야기 얼개로 삼아 아이들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끌어낸 점도 좋습니다. 구성에서의 완급조절도 적당한데요. 목이 말라 아빠가 갑자기 냉장고 문을 여는 장면을 넣어 그 순간 음식들이 동작을 멈추도록 하니 긴장감을 갖게 되었어요. 이처럼 아이들이 즐겁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재치 있는 구성. 좋습니다.
물론 이 그림책이 마음에 안 드는 분도 있을 거예요. 모든 사건이 아빠가 술을 마시고 왔기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그렇다보니 훈훈한 결말이 술 마시는 아빠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싶은 분도 있겠지요. 아빠의 음주 문제로 괴로웠던 분이라면 그러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이유로 술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아빠들은 이 책을 좋아합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빠가 비록 늦게 들어오지만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가득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일단 결말에 멋진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생기니 아빠의 행동을 좋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이스크림 정도는 잊지 않고 사올 정도의 정성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고요. 현실에선 음식물이 움직여서 기적을 만드는 법이 없고 그 시간에 엄마는 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더 늦기 전에 생각해봐야 합니다. 마법은 상상에서 일어날 뿐 현실의 마법은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몸으로 해내는 것이니까요.
#4세_6세
6.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라 페냐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5년 해외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림책이죠. 상도 여러 개 받고요. 우리나라에는 올해 출간이 되었습니다. 해외 작품 중에 연대와 나눔에 대한 책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도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나눔이 왜 필요한지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쿨하고 멋진 할머니가 당연한 듯 행동하는 실천으로 보여줄 뿐이죠.
삶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흔하게 존재하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죠. 이 책을 보면서 그 이야기를 같이 나누지 못한다면 이 책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예요. 이런 이야기 아이들도 잘 하고 좋아합니다. 다만 운은 부모가 띄워줘야 해요. (책에는 비룡소에서 정성껏 만들어 넣은 독후활동지가 있어요. 독후활동지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정성껏 잘 만들어서 좋아요. 다만 아쉽게도 아름다움에 대한 부분이 없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CJ라는 아이지만 더 중요한 인물은 할머니에요. 이 할머니는 과거의 그림책에서 그려졌던 할머니와는 차이가 큽니다. 올해의 그림책으로 제가 뽑은 우리나라의 그림책들에 나온 할머니와도 많이 다르죠. 오히려 지금의 우리 엄마들이 되고 싶은, 그렇게 늙고 싶은 할머니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림은 요즘 가장 핫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인 크리스티안 로빈슨이 그렸습니다. 기본 도형을 활용하여 그린 그의 그림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지면서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낸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크레파스와 사인펜으로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도록 터치를 하고, 콜라주를 사용하여 입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등 공을 들인 그림이죠. 이 작가의 책이 올해 많이 나왔어요. <레오, 나의 유령친구>, <저 할 말 있어요> <야호! 비다>. 이 작품 모두 좋습니다. 젊은 흑인 작가이기에 그의 그림책의 주인공 아이들도 흑인입니다. 그런데 과거 흑인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그는 흑인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 부여를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그러기에 소중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그의 책에 다 녹아있습니다.
#6세_초등저학년
7. <생쥐우체부의 여행> (마리안느 뒤뷔크/임나무 옮김/고래뱃속)
마리안느 뒤뷔크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그림책을 보면 그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고민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어요. 아이들도 금세 알죠. 그의 그림책에 재미를 느끼고 어른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여러 숨은 요소들을 찾아냅니다. 그의 그림책은 얼핏 볼 때 느껴지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정교하게 숨겨진 유머와 정보가 그림 속에 가득하고 이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런데 이런 요소가 그의 팬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일단 그림이 척 봐도 귀엽습니다. 친근하게 다가오죠.
줄거리 자체는 단순합니다. 생쥐 우체부가 여러 동물들에게 소포를 전달하는 이야기에요. 동물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는데 그 집마다 그려진 디테일들이 이 그림책의 재미입니다. 반복하면서 변주하는 방식이죠. 물론 마지막에 작지만 한 방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읽으면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에요. 아이와 작정하고 이 책에 숨겨진 온갖 장치를 한 번 다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래 두고 볼 책입니다.
#4세_7세
8. <누에콩의 침대> (나카야 미와/유문조 옮김/웅진주니어)
영리한 작가 나카야 미와의 누에콩 시리즈의 첫 책이 이제 출간이 되었어요. 실은 웅진의 전집류로는 예전부터 볼 수 있었는데 단행본 독자들은 이제야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까만 크레파스, 도토리 마을 시리즈를 지은 나카야 미와는 누에콩 시리즈에서도 역시 재미와 교훈을 따뜻하게 섞어 훈훈한 책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나카야 미와의 많은 그림책 중에서 이 책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야기 구조가 단순해 보여도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긴장의 완급 조절이 절묘해 아이들이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에요. 아주 짧지만 일종의 성장 이야기에요.
누에콩 캐릭터는 물론 귀엽고, 다른 콩들도 귀여워요. 그림의 디테일이 정말 쓰러질 지경입니다. 아이들은 역시 콩에게 감정이입을 잘하죠. 자기처럼 작고 올망졸망한 존재니까요. 이야기 속에서 누에콩은 메추라기를 만나요. 메추라기는 새 중에는 작은 새죠. 하지만 누에콩에게는 엄청나게 커요. 이런 부분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할 얘기가 많은 재미난 부분이에요. 폭신한 누에콩의 집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이고요. 아이들은 그 속에서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지는 느낌을 받는데, 그 집을 결국 더 어린 새에게 양보하지요.
벌써 출간한 지 20년이 된 그림책이지만 아직도 다른 그림책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멋진 장면이 있어요. 누에콩이 친구들에게 양보를 안 했음에도,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친구들에게 다가오자 친구들은 흔쾌히 받아들여요. “너 전에 내 부탁 안 들어줬잖아.” 따지지 않아요. 그냥 아무 말 없이 같이 놀죠. 그래서 다시 하나가 되요. 이런 관용적인 자세는 아이들에게서 쉽게 발견하는 모습이지만, 일부 아이들에게는 없기에 꼭 보여줘야 하는 자세기도 하죠. 잘못을 뉘우치면 받아들여야 빨리 함께 놀 수 있고, 빨리 함께 놀아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3세_6세
9. <말라깽이 챔피언> (레미 쿠르종/권지현 옮김/씨드북)
낯선 나라로 이민을 온 말라깽이 여자아이. 모두에게, 심지어는 가족에게도 무시 받은 아이가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도전을 합니다. 권투를 시작하죠. 그리고 가족은 뭉쳐서 아이를 응원해요.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은 더 멋집니다. 아이는 막상 권투 경기에서 이겼지만 그만두고 피아노를 쳐요. 이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더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남의 시선과 편견을 진짜로 벗어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책입니다. 몇 가지 색만 사용했지만 과감하게 배색을 하고 힘이 넘치게 그림을 그려서 책은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에요. 아이들과 젠더 문제, 편견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입니다.
#7세_초등저학년
10. <똥산아, 내게 보물을 줘>
(앙드레 풀랭 글, 이자벨 말랑팡 그림/이정주 옮김/씨드북)
조금은 무거운 이 책. 아이들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많이 고민했어요.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남미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사는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남매의 생존은 쓰레기 더미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줍느냐에 달려있죠. 하지만 쓸 만한 것을 주워도 다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깡패들이 아이들이 주운 것 중 많은 것을 빼앗으니까요.
책에는 소년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금팔찌를 깡패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입에 숨겨 가지고 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부분을 읽어주면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반응하곤 하죠. “주운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왜 얘는 숨겨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하는 말이고, 그것런 반응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골라 봤어요. 물론 이 책을 누군가는 지구촌의 힘든 아이들을 위해 연대하는 것보다 ‘저렇게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너는 복 받은 줄 알아.’하고 다그치는 용도로 쓸 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또 그의 몫이겠죠.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고, 이 나라에도 다양한 조건에서 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이가 배우는 지식이란 지나치게 가벼운 것이겠죠. 제 경험으로는 배움이 자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 때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더군요. 물론 그것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의 전부는 아니에요. 이 책에는 우애가 있고, 기지가 있고, 용기가 있고, 더 나아지려는 희망이 있어요. 목탄을 이용하여 그려낸 그림은 책의 내용과 참 잘 어울립니다. 어두워 보이는 곳에서도 우리는 밝은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은 그 밝음이 더 빛나는 밝음이죠.
#7세_초등저학년
종합해 보면 당대성을 갖고 있는 책이 우리 그림책에서 많이 늘었습니다. 그림의 표현도 더 다양해지고요. 창의성도 대담해졌어요. 재미있는 점은 우리 그림책 다섯 권을 꼽았는데 그 중에 작가의 첫 번째 책이 두 권이 있고 두 번째 낸 책이 세 권이에요. 즉, 젊은 작가의 작품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신인 작가를 좋아하는 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분명 우리 그림책의 미래가 밝은 것도 분명합니다. 무서운 신인의 시대예요.
그리고 할머니가 주요 등장인물인 책이 무려 세 권이네요. 엄마보다 많아졌어요. 평균 수명의 증가로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늘고, 맞벌이로 할머니가 돌보는 아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는 면이 있겠죠. 그런데 제 느낌엔 할머니와 이어진 유년기 추억을 갖고 있는 작가가 늘어난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할머니가 나오는 책은 아마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선정한 책 외에도 올해의 좋은 책은 많았습니다. 열 권에 뽑지는 않았지만, 그 열 권만큼이나 제가 좋게 본 책을 써보겠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 (허은미 글, 이명애 그림/풀빛)
: 이제 우리에게 맞는 크리스마스 그림책이 생겼어요.
게다가 구성도 크리스마스 책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서 온 초대장> (이은지/한솔수북)
: 이 책이 왜 널리 안 알려졌는지 모르겠어요.
재미있고 함께 같이 놀기도 좋은 구성이에요.
저는 주인공이 여자아이인 것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엄마 몸에 딱 달라붙는 요술테이프>
(박은경 글, 김효주 그림/고래이야기)
: 엄마와의 분리가 어려운 아이,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는
엄마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재미있는 그림책. 시리즈로 나오는데 이것이 가장 좋네요.
<제비나비 훨훨 도룡뇽이 꼬물꼬물> (이태수/한솔수북)
: 세밀화 그림책의 총정리 하이라이트, 한 권씩 사면 좋습니다.
그냥 아름다움 그 자체고요. 소장가치 좋습니다.
<나는 지하철입니다> (김효은/문학동네어린이)
: 대상 연령대가 애매해서 10권에 선정 안 했지만
올해 가장 화제작인 그림책이죠.
정말 열심히 만든 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읽으면 더 눈물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상한 엄마> (백희나/책읽는곰)
: 장수탕선녀님처럼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여 편집해낸 그림책.
작가가 만들어낸 인형들의 표정과 디테일은
정말 대단합니다. 다만 이상한 엄마인 선녀님에
대해서 아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네요.
그리고 호호가 주인공인지,
아니면 엄마가 주인공인지 흔들리는 부분이
아이들의 감정 몰입을 조금 방해하고요.
물론 백 작가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커서
이런 비판도 가능한 것입니다.
<웃음꽃> (하마다 게이코/고향옥 옮김/미세기)
: 자신이 약해 보일까봐 걱정하는 아이를 위한 책.
자기 감정에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장 좋은 표정이지요.
읽다 보면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나눌 말이 많습니다.
<뽀뽀는 무슨 색일까?> (로시오 보니야/신유나 옮김/옐로스톤)
: 새로운 색채 그림책. 색채를 설명하는 소재들이 참신해서
이제 색깔 그림책은 이 책을 권할만 해요.
마무리는 제 느낌에는 좀 식상한데
아이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저승사자와 고 녀석들> (미야니시 다쓰야/김숙 옮김/북뱅크)
: <고녀석 맛있겠다>의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
미야니시 다쓰야는 뭐 역시 미야니시 다쓰야죠.
친구 관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나옵니다.
아이들의 감성을 조금 더 부드럽게 키워주는 책이죠.
<집으로 가는 길> (미야코시 아키코, 권남희 옮김/비룡소)
: 그림으로 본다면 올해 본 책 중에 저는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코시 아키코의 책을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환상적인 책입니다.
<늑대할머니> (에드 영/여을환 옮김/길벗어린이)
: 그림이 무엇보다 아름다워요. 그리고 해와 달과 오누이,
또는 빨간 모자 이야기 같으면서도 변형되었는데
(실제 중국민담은 이렇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지혜로 늑대를 이겨내는 이야기 구조가 좋습니다.
<One> (캐드린 오토시/이향순 옮김/북뱅크)
: 색깔, 숫자, 그리고 인성. 한 번에 다 다루는 책. 아이들에게
따돌림의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좋습니다. 단순함의 미학을
노렸는데 너무 단순해서 흥미가 약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올해 나온 책은 아니지만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한 박규빈 작가의 <왜 띄어 써야 돼?>도 좋았습니다. 좋은 책이 많았던 2016년. 이 멋진 책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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