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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함께읽기] 아무도 지지 않았어

아이그로우 2022. 7. 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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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지 않았어
황선미 글 / 백두리 그림 | 주니어김영사
2020년 02월 20일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책이다.
그림책인데 대놓고 초2가 주인공이라니 너무 좋다.
아무리 80세까지 그림책을 보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지만 대부분이 유아독자나 성인독자를 타겟으로 하다보니 초등에게 그림책을 접하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비니는 어려서부터 그림책을 늘 곁에 두고 살았지만, '초등인데 그림책을?' 이라는 시선이 생기더라. 아무래도 학교독서 시간에 그림책 들고가면 꾸중듣는 문화도 있다보니 그림책=유치해 라는 공식이 슬몃 자리잡는 모양이다.

<아무도 지지 않았어>는 진지하게 읽을 그림책이다. 작가가 혹시 2학년은 아닌지 의심스러울만큼 아이들 심리도, 상황도 잘 우러났다.


비니는 첫 페이지부터 감동했다. 초등때 이사와서 옛 친구가 없는 비니는 옛 친구를 소환하며
"~가 우리집에 오면 이럴까?" 하며 기대했다.


남자아이들 사이에도 여자아이들 사이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A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A는 나보다 B랑 더 가까이 지내면 서운해 하기도 하고, 우리반에 거친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 얘기를 하며 의기투합하기도 한다. 우리 중 누가 걔한테 맞으면 같이 공격하기로 하고 내 편이 생긴 것처럼 의기양양해진다.


이렇게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기면 괜히 든든하다. 꼭 누구와 함께 싸워서가 아니라 나를 지켜줄, 내가 지켜줄 누군가가 생기면 학교 가는 것도 즐겁다. 그래서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마음맞는 친구를 찾아보게 하는 것도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전에는 7살에 학교가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기지만 요즘은 거의 제 나이에 들어가니 이런 일은 드물다. 다만, 아이들이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반 친구(?)가 있고, 그 아이를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가 꼭 이렇다. 내가  그 친구보다 더 세야한다고. 그 친구한테는  꼭 복수를 해야겠다는 얘기를 주고 받는다.

그래서 결국, 으뜸이 무리 vs 태웅이 무리는 토요일에 전쟁을 하기로 한다. 전쟁에 대비해 의논을 하고, 공격할 폭탄을 만든다. 가시폭탄, 공포의폭탄, 얼음폭탄...

폭탄을 허리춤에 주렁주렁 차고 전쟁을 하러가지만 전쟁 당일이 되자 각자 스케줄 때문에 양 팀에 겨우 둘 씩만 남는다.


이 장면은 너무나 아이다운 상황이라 웃을 수 밖에 없다. 어른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대편인데 신문지로 고깔모자를 접어 준다는 게... 이런 아이들한테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아이들은 내 편도 네 편도 없이 얼음폭탄을 나눠먹으며 오해를 푼다.

"태웅아, 너 진짜 나이 속였냐?"
"속이려던 건 아냐. 누가 물으면 그렇게 하라고 엄마가 시키니까 뭐...."
:
"일곱 살에 학교 가면 애들이 얕본다고 한 살 올리래서 그런거야."

결국, 싸움을 부추킨 건 어른들이었다. 어른들한테 있는 열등감, 피해의식이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아이들은 없던 감정을 만들어 교실로 들어간다. 적어도 초등 저학년엔 나쁜 아이는 없다. 나쁜 아이로 낙인찍는 어른들이 있고, 나쁜 아이를 만드는 어른들이 있다.

태웅이는 아직 여덟 살이고, 여덟 살짜리랑 싸워서 뭐하겠냐는 으뜸이는 분명 어른보다 낫다.


순전히 저 혼자 당하는 일도 있다는 것도 어른들은 모른다.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을 학폭에 세우는 어른들이 꼭 보면 좋겠다. 물론 그림책으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학폭에 세우지는 않을 것 같다. 초등 커뮤니티에 가보면 아직 초2인데 친구한테 맞았다는 본인 아이 말만 믿고 글을 부려놓는다. 그럼 댓글에 학폭에 올려야 정신을 차린다며 부추키고, 당사자는 그 부추킴에 부응해 교육청에 신고하고 학폭위원회에 아이들을 회부시킨다. 상대 아이의 부모를 벌주려고 말이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화가 100만큼 나서 몸싸움을 한다. 적어도 일반적인 어른이라면 몸싸움을 하면 안되는 것을 아니 참거나 다른 방법을 택하겠지만, 아이라서 가능하다. 일방적인 경우도 거의 없다. 내 아이는 약해요...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강하다 내아이. 바른 길을 인도해주되 아이들을 믿고 행동을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내 자식은 내가 지켜야 한다며 판단까지 어른들이 대신하고, 대신 싸워주지 말고 아이들만 갖고 있는 그 순수함은 지켜주자.

아이들 세계에선 아무도 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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