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2]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혁명

제니퍼 폭스 저/박미경 역 | 미래인 | 2008년 08월 10일
초2 겨울방학이다.
초1의 이사,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친구의 부재, 코로나 시대는 끝날 줄 모르는 채로 초2가 되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읽어내는 힘이 부족해 눈치가 없달까, 센스가 없달까. 남자 아이임을 감안하더라도 예민한 아이이고, 엄마의 기분 변화는 귀신같이 눈치채는데 친구들과의 소통엔 무가 뚝뚝 흘러넘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까지 걸려 격리 생활을 하고 나오니 생각없이 놀리는 친구들이 학교에 있고,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하지말라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싸움까지 하게 되는 상황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난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싶어 육아서, 교육서를 잔뜩 빌려 차례대로 읽어나가고 있다. 공동육아, 대안학교를 생각하고 아이를 키우다 좌절되어 학원 문 앞에도 가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인지 초2, 9살이 되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또한,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나, 부모의 무지로 아이의 재능이 빛을 내기도 전에 사라지는 건 아닐까, 아이가 좀 더 차분하고 순응하며 살 수 있는 성격이 될 수는 없을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켜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에 육아효능감 같은 건 1도 없다. 이 책은 부모와 선생님이 아이의 약점을 찾아 고치게 하려는 태도를 바꾸어 아이들이 스스로의 강점에 대해 생각하게 하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들어 '학습장애' 아이들이 많아지는 건 읽고 쓰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 결과일 뿐, 정작 문제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 전에 읽었던 <당신의 문해력>과 상충하는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읽고 쓰는 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 보다 아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강점을 찾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아이에게 가만히 앉아 마음이 차분해질 때까지 심호흡을 하라고 한다.
- 아이에게 좋아하는 것과 그것에 대한 느낌에 관해 질문한다.
-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듣는다.
-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한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을 필사해 보았다. <p137>어떤 어른들은 실제로는 아이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면서 잘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의 말을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자랄 때는 그렇지 못했다. 어른들이 우리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았고, 우리 마음을 알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역할 모델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아이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면, 아이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들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른들이 십대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대화 중간에 불쑥 조언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집어넣는 것이다. "내가 네 나이 때는......","넌 제대로 된 직장부터 잡아야 해. 네 꼴을 봐.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잖아."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읊어대는가! 아이들은 동정심을 바라지도 않지만, 이런 조언도 원치 않는다. 한 학생이 숙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교사와 나눈 대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몰리, 넌 왜 숙제를 하지 않았니?"
"정말로 숙제를 했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너는 정돈하는 걸 좀 배워야겠구나. 과제를 수행하고 자기 책임을 완수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사회에서 버텨낼 수 없을 거야."
몰리는 이 말을 듣고 눈을 부라리며 한숨을 쉬었다. 교사는 무시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몰리야. 나도 숙헤나는 걸 싫어했단다. 하지만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얻고 싶었기 때문에 다 했어. 너도 네 미래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니?"
"상관없어요."
아이들은 이해받기를 원하지,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바로 고쳐주겠다고 덤비는 어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문제를 이해하기도 전에 고치겠다고 곧장 뛰어들면, 아이들은 금세 관계에서 벗어나 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어른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신뢰 관계가 구축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계를 이런 식의 대화로 유도해보자.
"몰리, 숙제를 해 오지 않았더구나."
"숙제를 했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런, 너무 속상하겠다."
"예, 그걸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점수도 못 받게 생겼으니 정말 속상해요."
"그 숙제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니?"
"예, 여러 시간요. 이 과목은 제가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의 숙제를 하느라 무척 힘들었겠구나."
"예. 정말 힘들었어요. 읽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서 늘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네가 자료를 좀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좋겠구나."
그렇다고 이렇게 하기가 쉽다는 건 아니다. 성질 급한 아이를 다룰 때는 더더욱 힘들다.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잔뜩 화가 나서 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인다면, 부모와 교사가 아무리 사려 깊게 듣고 싶어도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온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진실을 보여주게 할 가장 좋은 방법은, 좀 힘들긴 해도 사려 깊게 들어주는 것이다. 아이가 마음을 열면 당신에게 진심으로 조언을 구할 것이다. 아이는 당신이 자기를 이야하고 믿어준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어떤 조언도 원하지 않는다. 첫발을 떼기가 어렵지, 일단 신뢰를 구축한 뒤에는 강접을 추구하는 여정을 함께 떠날 수 있다. 성질 급한 아이,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아이와 마주보고 찬찬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루의 10분 쯤은 마주보고 앉아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요즘에 흥미있어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갖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