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함께읽기]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길 | Camino a Casa | Walk with Me
하이로 부이트라고 글, 라파엘 요크텡 그림
앤서니 브라운이 극찬한 그림책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골랐던 이유가 있었을텐데 이유는 생각나지 않고 계속 굴러다니길래 읽었다.
이 그림책은 서정적인 그림체와는 달리 숨겨진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 순수미술을 보듯 그림을 뚫어지게 봐줘야한다. 글만 읽어주고, 또는 읽고 넘겨서는 진가를 1도 알 수 없는 책.
개인적으로는 한글판은 어딘지 아쉽다. 우리정서와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더 깊이 번역을 해줬으면 어떨까싶었다.


위가 영문판 그림책이고 아래가 원본 그림책이다.
영문판을 읽으면, 그림책의 그림과 내용이 더 이해가 간다.

그림책을 다 읽고나서 첫 페이지를 다시 들춰보면 이 한장이 다 담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1948년은 콜롬비아의 내전이 한창일 때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내전으로 콜롬비아 민간인들이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책은 여자아이가 단순히 사자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내전의 한 가운데 이 여자아이를 비롯, 당시 사람들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이에게 읽혀줘도 좋은가 고민을 하게 만들 것이다.

노파가 장바구니를 떨어뜨렸지만 누구하나 시선을 주지않고,

신사는 부랑자의 손길을 무시한 채 유유자적 지나가고,

당시에는 귀했을 승용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
그 옆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의 아이러니.

온통 부서진 건물들.
사자에 환호하는 아이에게 이 어두운 면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넘겨버렸다. 여러번 읽어줘야지하고 다짐하며....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
그 때가 되면 네가 즐겁게 읽었던 그림책의 이면에는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고 설명해줘야지하고 생각했다.
어느 날 비니와 자전거를 타러 밖을 나섰다.
낡은 자전거 패달을 열심히 구르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엄마한테 자전거 새로 사달라고해"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고 큰 실의에 빠졌다. 물론, 그 말이 아무렇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른의...특히 나의 감성으로는 상처를 받을까 몹시 신경쓰였다. 모든 것을 새 것으로 가질 필요는 없다는 설명을 하며 집에 돌아와 #지구마을친구들에게천원이있다면 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책을 다 읽은 아이는 우리나라에서 천원은 싼데 아프리카는 엄청 비싼가봐요" 한다.
그래서 설명을 관뒀다. 아이에게 아직 가난과 (저 여자아이가 가난하다는 것은 아니고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기에) 부자의 개념이 없는데 내가 구태여 그 차이를 가르쳐야만 할까 싶어서였다.
우리집이 작은 것은 누군가보다 가난해서이고,
우리가 차가 없는 것 또한 누군가보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큰 집과 차가 큰 의미가 없기때문이라고 이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해석해주지 않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너는 행복한거야...라고 말해버릴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