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육아일기

열성경련,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순간

아이그로우 2016. 4. 2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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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빈아 가지마!!!!
울 시간도 생각도 없었다. 아이를 살려야했다.
할 줄도 모르는 심장마사지까지 동원됐다.
남편은 119를 불렀고 나는 무서웠다.

만6세 이전에 30명 중에 한 명 꼴로 발생할 수 있는 열성경련이란다. 이대로 보내는 줄 알고 1분 1초가 급박하고 무서웠고 슬펐다.
119에 전화하니 아무것도 하지말고 편하게 옆으로 뉘이란다. 알아서 돌아온다고.
기다렸더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본인도 많이 놀랐을테지.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아침부터 열이 있는 듯 했다.  집에서 쉴까 싶었지만 4월5일, 이직한 남편에게 쉬이 오지않는 휴일이었고 날씨도 좋았다. 이대로 보낼 수 없어 서울대공원을 갔다. 울 비니가 사랑하는 코끼리열차와 동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온 종일 뭘 먹지도 않고,  동물하나 보고나면 유모차로 기어올라오고,  뛰지도 않아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날 들고다녔던 체온계는 정상 체온을 가리켰다. 분명 내 손은 열이 느껴졌는데.

비니가 천방지축 뛰지도 않고,  떼를 쓰지도 않고 동물에 집중해주어 별 무리없이 다녀왔다.
별일이 다있다 싶었다. 체온은 정상이다.  여전히 내 손으로는 열이 느껴졌는데.

혹시나 체온계가 고장인가 싶어 열을 식힐 심산으로 간단하게 샤워나 시키려고 했다.  내가 씻고 난 후 아이를 욕실에 들여 씻기는데 탕 목욕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물을 받아주고는 나는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러 나갔다.

일은 그때일어났다.  찰나의 울음소리.
무슨일인가 싶어 달려갔더니 미끄러졌는지 몸이 갸우뚱 기울어져있었다. '괜찮아'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너무 놀란듯하여 옷을 입은채로 아이를 안아줬다. 그런데 갑자기 고개가 푹 꺽이는게 아닌가.  다급하게 남편을 불러 몸을 닦이고 마사지를 시작했다. 괜찮다고 다독이며.
괜찮지 않은데.

그렇게 대학병원으로 이송돼서 왜 해열제를 먹이지않았냐는 의사의 질타를 들으며 경빈이는 해열제가 처방됐다.  피검사,  바이러스검사,  폐사진,  소변 검사가 진행됐고 경련이 재발생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12시간은 대기해야 한단다.  그 시간이 저녁 9시반쯤 됐나보다. 그러고도 수액(식염수)를 한포 맞고,  전해질을 맞았다. 그 와중에 울다자다를 반복하니 그렇게 슬프더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무지했어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 다음 주 월요일,  확인검사를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검사결과는 이상없다.  다만 경련이 다시오면 이건, 열 때문에 경련이 생긴 것이 아니라 간질로 봐야한다라는 무서운 소리를 들었다.  다음에 이런일이 다시 생기면 뇌파검사는 그때 해보잔다. 알아보니 뇌파 검사는 간질파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더라.

그게 뭐든,  괜찮든 괜찮지않든,  별일이든 아니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다 굳고,  거품을 물고,  눈이돌아가고,  숨이 멈추는 경험...뇌가 일시적으로 꺼지는 것과 같다는데 그런일이 두 번은 안생겼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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