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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육아/그림책추천

아이그로우 2016. 4. 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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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THERAPY

아이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그림책들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아이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거나, 아이의 발달 단계에 잘 맞춘 책들이 그렇다. 그림책 안에 담긴 아이의 심리를 읽어내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은 아이에게 힘을 주는 에너지원인 동시에 속 깊은 친구가 돼준다. 책 속 친구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줄 뿐, 억지로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시키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아름답고 다정한 언어로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줄 뿐이다. 간혹 책의 내용이 너무 단순해 어른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이는 특유의 감성과 통찰력으로 그림책의 심오한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평소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1. 똥이 어때서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예를브루흐 그림/ 사계절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똥’을 주제로 한 그림책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다. 주인공인 두더지는 간만에 땅 위로 머리를 쏙 내민다. 그런데 누군가 머리에 똥을 싸고 사라져버린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두더지는 그 똥이 누구의 것인지 범인을 찾아 나선다. 두더지가 범인을 찾아내기까지 다양한 동물과 각각의 배설물이 등장하는데, ‘찍’, ‘뿌직’ 하는 똥 누는 소리를 읽어주면 어떤 아이든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는다. 아이들은 왜 이리 똥을 좋아하는 걸까?

‘똥’ 하면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림책 시장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소재다. 어릴 때는 더러운 것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다. 게다가 아이 입장에서 똥은 자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물이며, 자기 몸에서 나온 일종의 분신이다. 또한 똥을 눔으로써 자신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큰 존재이며,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성취감까지 느낀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Tip parenting tip
아이가 똥에 관심을 보일 때 더럽다는 뉘앙스를 비춰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똥은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데 엄마가 똥을 더러워하면 자기 자신도 더럽고 불쾌한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똥을 누고 나면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건 알려줘야 하지만, 똥 자체를 불결하게 여기는 행동은 금물이다. 이때는 “예쁜 똥, 잘 눴네” 하며 칭찬해주자. 한창 배변훈련을 하는 만 2세 무렵에 똥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읽어주면 큰 도움이 된다. 응가를 함으로써 상쾌한 기분을 갖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잘 묘사한 책이 적당하다. [똥이 풍덩](비룡소), [황금똥을 눌 테야](웅진주니어), [누구나 눈다](한림출판사), [강아지똥](길벗어린이), [똥벼락](사계절)은 언제나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똥 그림책이다.

2. 대상영속성 개념을 담은 영리한 그림책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글·그림/ 한림출판사 
아이 있는 집이라면 책장에 한 권씩은 꽂혀 있다는 그림책 [달님 안녕]. 하얗고 둥근 보름달이 잠시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온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용인데 아이들은 왜 그리 이 책에 열광하는 걸까? 발달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대상영속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생후 7~8개월쯤 되면 대상영속성이라는 개념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는 눈앞에서 어떤 물건이나 사람이 잠깐 안 보인다 해도 그것이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라 그대로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예를 들어 생후 2~3개월 된 아기는 앞에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안 보이게 되면 그냥 잊어버린다. 그 물건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으려는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생후 7~8개월 무렵이 되면 그 물건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관심을 갖는다. 이전에는 엄마가 안 보이고 다른 사람이 안아줘도 생글거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울음을 터트린다면 대상영속성이 발달했다는 뜻. 단순한 것 같지만 아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인지적 개념이다.

대상영속성은 부모-자식 간 ‘애착’을 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상영속성이 발달하는 시기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당연히 ‘까꿍놀이’다. 엄마가 손이나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고 다시 나타나면 아이는 ‘우리 엄마는 잠깐 안 보이지만 곧 다시 나타나서 날 보고 웃어줄 거야’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듯 가려졌던 엄마 얼굴이 ‘짠’ 하고 나타나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그림책 [달님 안녕] 안에는 바로 이 대상영속성 개념이 녹아 있다. 책 속에서 달님은 잠시 먹구름에 가려지지만 이내 엄마 얼굴처럼 환한 표정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구름에 가려졌지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잠시 안 보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기까지는 꼬박 2년 여 시간이 필요하다. 0~2세 아이들이 유독 이책에 열광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Tip parenting tip
[달님 안녕]처럼 까꿍놀이 형식을 간적접으로 빌린 창작 그림책도 있지만, 직설 화법으로 까꿍놀이를 재미나게 표현한 유아 그림책도 많다. 최숙희 작가의 [열두 띠 동물, 까꿍놀이](보림), [폭풍우 치는 밤]으로 잘 알려진 기무라 유이치의 [짠~ 까꿍놀이](웅진주니어), 애플비의 [까꿍놀이 헝겊책] 시리즈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숨어 있는 것을 들춰보며 찾아내는 플랩북이나 숨은그림찾기 그림책도 까꿍놀이 개념을 확장시킨 책이다. 보통 돌 무렵이면 85% 정도의 아이들이 숨겨진 물건을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대상영속성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는 뜻. 이후 18~24개월에는 숨겨진 물건이 어디에 있을 것이라는 추리까지 가능해진다. 아이의 대상영속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까꿍놀이 그림책이나 숨은그림찾기 그림책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돌쟁이 아이도 언어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책


사과가 쿵! 
다다 히로시 글·그림/ 보림 
어느 날 빨갛고 커다란 사과가 ‘쿵’ 하고 떨어진다. 그러자 애벌레부터 코끼리까지 숲속 친구들이 차례로 등장해 맛있게 사과를 갉아 먹는다. 커다란 사과 앞에 모인 동물 친구들은 ‘야금야금’, ‘날름날름’, ‘우적우적’, ‘와삭와삭’ 맛있게 사과를 갉아 먹고는 다음 친구를 위해 자리를 내준다. 이렇다 할 줄거리도 없고 그림도 쓱싹쓱싹 손 가는 대로 그린 것 같은 [사과가 쿵!]은 일본 작가 다다 히로시의 작품으로, 10년 넘게 유아 그림책 분야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른들 눈에는 너무 단순해 보여 ‘도대체 무슨 재미?’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일단 책장을 펼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푹 빠져든다. 전문가들은 이 책의 묘미는 반복적인 구성과 재미있는 의성어·의태어라고 말한다. 또한 쉽게 그린 듯하지만 그림만으로도 내용을 잘 전달하며, 단순한 리듬 구성도 돋보인다. 어휘 선택도 만 1~2세 아이에게 딱 맞다. 생후 12~24개월은 언어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다. 또 다양한 음성놀이가 가능하므로 아이들이 [사과가 쿵!]처럼 운율이 살아있는 책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Tip parenting tip
아이의 언어 발달은 뇌 발달 수준에 맞춰 이루어진다. 그리고 아이는 새로운 단어를 익히며 즐거움을 느끼고, 또 새로운 말을 배우고 사용하고 싶어한다. 바로 이때 의성어와 의태어가 있는 그림책을 보여주면 아이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 언어에 대한 감각이 섬세하게 만들어지며 기억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사과가 쿵!]처럼 언어의 운율감과 리듬을 느낄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어준다면 말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시기인 만큼 충분한 언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운율이 살아있고 짧은 문장이 반복되는 그림책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아이의 언어 감수성기에 큰 자극을 준다.

4. 말썽꾸러기 우리 아이의 모습



안 돼, 데이빗! 
데이빗 섀논 글·그림/ 지경사
데이빗 섀논의 자전적 그림책 [안 돼, 데이빗!]은 유독 꼬맹이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림책이다. ‘안 돼!’라고 뻔히 야단맞을 걸 알면서도 아이들은 장난을 치고싶다. 한꺼번에 먹지 말라고 엄마가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은 과자를 몰래 꺼내 먹느라 아슬아슬 넘어질 뻔하고, 목욕탕 물이 넘치도록 첨벙거리고, 음식을 조몰락거리고,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는 데이빗. 그러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뿐이다. 그러다 결국 데이빗처럼 화분을 깨는 사고를 치고야 만다. “그것 봐, 안 된다고 했지!” 기세등등하던 데이빗도 이 순간만큼은 풀이 죽어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하지만 “이리 오렴, 데이빗. 엄마는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한단다”라는 엄마의 말에 서글펐던 마음이 어느새 녹아내린다. [안 돼, 데이빗!] 이후에도 [유치원에 간 데이빗], [데이빗은 못 말려], [데이빗은 궁금해], [말썽꾸러기 데이빗] 등 데이빗 시리즈를 출간, 꼬마 악동 데이빗의 종횡무진 사건 사고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어릴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작가 데이빗 섀논이 다섯 살 되던 해, 자신이 유일하게 쓸 수 있었던 단어 ‘No, David!’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책이다. 성인이 된 후에 이를 기초로 다시 그렸다는데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만큼 아이와 엄마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Tip parenting tip
아이들이 [안 돼, 데이빗!]에 열광하는 이유는 말썽쟁이 데이빗이 자신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 천지다.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볼 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란 대부분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다 일거리를 만드는 행동. 그래서 항상 ‘안 돼’를 입에 달고 산다. 책 속 주인공 꼬마 데이빗 역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사고를 친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가 던지는 한마디 ‘안 돼’라는 말 속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이는 언제쯤 알게 될까? 야단은 쳐도 좋다. 다만 마지막에는 데이빗의 엄마가 그랬듯 장난꾸러기 아이를 꼭 안아주는 걸 잊지 말자. 그림책은 엄마와 아이의 애착을 돈독하게 해주는 훌륭한 매개체다. 엄마, 아빠,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책, 스킨십이나 허그 등의 모습을 담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5. 엄마, 화내지 마세요



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그림/ 비룡소 
독일의 그림책 작가 유타 바우어의 [고함쟁이 엄마]는 엄마가 화를 낼 때 아이의 심리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엄마 펭귄이 화가 잔뜩 나서 고함을 지르자 깜짝 놀란 아기 펭귄의 몸이 산산조각 나 흩어져버린다. 아기 펭귄의 몸은 우주로, 바다로, 밀림으로 조각조각 흩어진다. 이 어마어마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엄마 펭귄의 탐험이 시작된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아기 펭귄의 몸을 모으고자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흩어진 아이의 몸이 한데 모아지고 능숙한 바느질 솜씨로 꿰매자 다시금 사랑하는 아기 펭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책에서는 아이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엄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사람도 결국 엄마라는 사실을 담아내고 있다. 어른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아이의 마음은 산산조각날 수도 있고, 산산이 조각났던 마음이 엄마의 따뜻한 위로로 치유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을 바라보는 반면, 읽어주는 엄마들은 대부분 뜨끔해한다. 엄마가 화를 낼 때 아이가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강도는 어른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아이는 약자지만 엄마는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Tip parenting tip
최숙희 작가의 [엄마가 화났다] 역시 엄마의 ‘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이다.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자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향해 불을 뿜고 있고 자신은 화염에 휩싸이는 것처럼 느낀다. 엄마는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퍼부었을 뿐이지만, 아이가 받는 상처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의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엔 버거운 감정이다. 아이는 아직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작고 힘없는 존재다. 발달전문가들은 평소 화를 자주 내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우며 부모를 무서운 대상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이는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유아기 내내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누구나 화를 낼 수는 있다. 다만 좀더 건강한 방식으로 화를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6. 수다쟁이 아이의 투정 들어주기



강아지가 갖고 싶어! 
모 윌렘스 글·그림/ 살림어린이
2009년 출간 이후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 윌렘스의 ‘비둘기’ 시리즈.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각종 미디어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비둘기 시리즈는 아이들의 심리를 익살맞은 그림과 함께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막무가내로 요구한다. 하지만 원하던 것을 막상 갖게 되면 그 애정이 금세 식어버린다. 아이들이 요구할 때마다 다 들어줄 수도, 일일이 설명을 해가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 [강아지가 갖고 싶어!]다. 

밤늦도록 깨어 있는 비둘기는 하품을 하면서도 졸리지 않다며 늦게 자고 싶다고 떼를 쓴다. TV에서 하는 비둘기 쇼를 보면 똑똑해진다고 엉뚱한 이론을 펼치기도 한다.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애원도 하고, 버스 운전도 해보겠다며 끊임없이 재잘대는 비둘기는 아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펜 선이 살아있는 이 책은 특별한 배경 없이 비둘기의 독백으로만 구성돼 있지만 책 속이 꽉 찬 느낌이다.

Tip parenting tip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 내용을 이해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과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 더욱 공감하게 된다. 이 책에는 ‘나와 비슷한 존재(비둘기)’가 나온다. 비둘기의 독백을 읽다 보면 아이는 자신과 비슷한 비둘기의 모습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래도 밤이 되면 자야 할 시간인데…” 하며 비둘기의 잘못된 습관을 먼저 지적할는지도 모른다.

7. 내가 왜 갑자기 달라져야 해?


피터의 의자 
에즈러 잭 키츠 글·그림/ 시공주니어
에즈러 잭 키츠의 그림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피터의 의자]는 ‘뜻밖의 불청객’인 동생 때문에 엄마 아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꼬마의 이야기다. 피터는 자기가 쓰던 의자를 동생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출’을 감행한다. 동생 때문에 심통이 나서 무엇이든 어깃장을 놓으려 하는 피터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첫째의 입장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첫째로서는 동생이 태어났다고 ‘나 자신’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갑자기 “형인데 참아야지”, “동생한테 착하게 굴어야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둘째 옆에 있는 첫째가 갑자기 ‘큰 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이지만, 갑작스런 부모의 태도 변화가 먹힐 리 없다. 책에서도 말하듯 이제는 제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에는 너무 작아버린 의자, 그것만이 피터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다. 이제는 자기가 정말 훌쩍 자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아빠와 함께 의젓하게 페인트칠을 하는 피터의 모습에서 이 책을 읽는 첫째들은 동질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Tip parenting tip
가족과 친구 관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 즉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4세 무렵부터는 아이가 평소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하자. 동생과의 이야기, 가족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 친구와의 이야기 등을 읽어주면 아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내용에 공감하며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8. 무서워하면서도 괴물을 동경하는 아이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글·그림/ 시공주니어
늑대 옷을 입고 장난치던 맥스는 엄마한테 야단맞고 방에 갇힌다. 그러자 갑자기 방이 숲과 바다로 변하더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신비로운 밤, 알 수 없는 힘의 주인이 된 맥스. 처음에는 혼자 괴물 나라로 떠나고, 괴물들과 겨루어 그들을 지배하고, 길들인다. 그다음에는 괴물들과 왕 놀이를 하며 괴물들의 우상이 되고, 결국 ‘가지 말라’ 애원하는 괴물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모든 과정을 맥스 혼자 당당하게 해낸다. 

책을 보는 아이들은 덩치 크고 부리부리한 눈에 뿔이 달린 괴물들을 진두지휘하는 맥스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엄마가 있는 현실 세상으로 돌아온 맥스가 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수프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역시 맥스와 함께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발달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무서워하면서도 자꾸만 괴물이나 귀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심리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공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어기제’라 설명한다.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 상황을 이기고자 ‘이야기’라는 안전한 틀 안에서 공포 체험을 즐기려 한다는 것. 바로 이런 점이 괴물 이야기, 귀신 이야기의 효용이다.

Tip parenting tip
간혹 그림책 속의 무서운 설정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무서운 그림책에 나오는 독특한 스토리와 그림은 아이의 상상력과 감성을 풍부하게 만든다. 

귀신, 도깨비, 거인처럼 현실 세계에는 없는 캐릭터를 접하며 아이는 마음껏 상상을 펼친다. 

또한 무서운 그림책을 읽으며 모험심을 자극받고 동시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익힌다. 아이는 힘이 세고 무서운 괴물이라는 존재에 강한 매력을 느끼며, 동시에 ‘나도 괴물처럼 강해지고 싶다. 힘이 세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이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귀신이나 괴물 등의 무서운 캐릭터에 ‘엄마 아빠’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무한한 애정을 쏟아주는 ‘사랑과 존경’의 존재인 동시에 ‘무서운 면’도 공존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나도 엄마 아빠처럼 무섭고 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만약 아이가 괴물이 나오는 그림책에 거부감을 갖는다면 일종의 준비 기간을 두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시각적인 공포를 먼저 느끼므로 마음이 약한 아이라면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책 내용을 먼저 들려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살피자.

9. 아이의 일상을 담은 한국적 그림책



지하철을 타고서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길벗어린이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인 아이들. 지원이와 병관이가 그렇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된 남매. 지하철을 잘못 타면 어쩌나, 역을 지나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누나와 달리 개구쟁이 동생 병관이는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누나는 그런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생활 속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그림으로 담아내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2006년에 처음 나온 [지하철을 타고서]를 시작으로 총 8권이 출간됐으며, 40만 부가 넘는 판매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 책이 지금을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주된 삶터라 할 수 있는 유치원, 아파트 단지, 동네 놀이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우리나라 그림책 중에 이런 당대성을 담고 있는 그림책은 안타깝게도 매우 드물다. 평소에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에피소드, 가족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은 아이가 공감하기 충분하다.

Tip parenting tip
아이들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참 많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것들도 있지만 지원이와 병관이처럼 긴장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생활 속에서 주어지는 커다란 과제를 수행하고 나면 나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 아이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들이 담겨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찬찬히 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책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것이다.

10. 집도, 가구도, 아이도 꿈나라로…


자장자장 잠자는 집 
유리 슐레비츠 글·그림/ 웅진주니어 
자장자장 잠자는 집이 있다. 집 옆의 나무도 졸고, 밤하늘의 달님도 자고 있다. 탁자와 의자들은 꾸벅꾸벅 자고, 벽과 그림들은 쿨쿨 잠을 잔다. 찬장과 그 안의 접시들, 벽시계, 소파와 그 위 고양이도 잠이 들었다. 침대 위 아이도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다. 그때 음악 소리가 살금살금 들어오더니 잠자는 집을 하나씩 깨우기 시작한다.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물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글에 운율감이 살아있으며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하여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잠자리 그림책으로 꼽히는 책.

Tip parenting tip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엄마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꿈나라로 빠져드는 시간은 아이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동시에 아이는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씻어낼 수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의 애착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최대한 릴랙스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러운 조명과 차분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며 꿈결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 잠자리 그림책은 그림체가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허전하지 않은 것이 적당하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를 따뜻한 물로 목욕시키는 등 긴장을 풀게 하고, 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거나 같이 눕는 등 엄마도 아이도 가장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11. 그림책 안에서 ‘작별’을 접하다



우리 할아버지 
존 버닝햄 글·그림/ 비룡소
‘할아버지’라는 주제를 떠올렸을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그림책이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녀가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보내는 모습을 잔잔히 담아내고 있다. 함께 씨를 뿌리고, 바닷가에서 놀고, 물고기를 잡고,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다. 쿨쿨 낮잠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삐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손녀와 할아버지의 추억의 영상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늘 앉았던 소파가 텅 비어 있다. 할아버지의 부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을 보낸 아이라면 ‘죽음’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장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Tip parenting tip
아이들은 ‘죽음’이나 ‘작별’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사랑하는 이를 영영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의 상황이 닥쳤을 때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작별에도 준비가 필요한 법. 아직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읽어주며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4~5세 아이들은 죽음을 그저 ‘아주 오랫동안 못 보는’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으로 인한 작별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에게 공포가 되지는 않는다. 어른들처럼 죽음을 두렵게 느끼는 시기는 만 10세쯤 되어서다. 

만약 누군가의 죽음으로 작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면 죽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설명해주자.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것, 움직일 수 없는 거야”라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현상 위주로 설명해주면 된다. 아이가 충격을 받는 게 두려워 ‘멀리 멀리 갔다’, ‘영원히 잠이 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아이는 자기 자신이나 엄마가 잠들었을 때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아이 마음이 들여다보인다 '그림책 육아'_BOOK THERAPY
출처 : 베스트베이비
 http://me2.do/GcgquT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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